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있는 US스틸 어윈 공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제철이 인수한 US스틸의 일리노이주 제철소 조업 중단 계획을 저지했다. 정부가 보유한 US스틸의 '황금주'를 근거로 경영에 개입한 첫 사례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니혼게이자이 등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US스틸이 이달 직원들에게 일리노이주 그라니트시티 제철소의 가동을 오는 11월 중단하겠다고 통보하고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US스틸의 데이비드 브릿 최고경영자(CEO)에게 이 계획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US스틸은 이후 성명을 내고 그라니트시티 제철소 가동 중단 계획을 철회했다면서 "우리는 이 공장에서 슬래브를 강판으로 압연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US스틸이 조업 중단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던 배경엔 미국 정부가 소유한 황금주가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 6월 US스틸 인수를 위해 미국 정부에 황금주를 배정하면서 경영 개입 요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황금주 적용 범위엔 미국 내 기존 제조시설의 가동 중단이나 폐쇄, 생산 또는 고용의 해외 이전 등이 포함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제철이 US스틸의 재건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초반부터 차질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US스틸의 경영권과 운영 전략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재차 확인되면서 일본제철의 계획 실행에 불확실성이 커졌단 설명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영향력이 세지고 있단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일본제철은 일본에서 진행했던 고수익 모델을 해외에도 적용할 구상이었다. 일본제철은 경쟁력이 낮은 설비를 통합하고 경쟁력 있는 설비를 남기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 철강노조 조합원들의 입장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제철소엔 약 800명의 전미철강노동조합(USW) 조합원들이 있는데, USW는 지역 단위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다. 만약 기업 결정이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라 하더라도 지역 내 고용이자나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노조 반발로 인해 정치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사례가 다른 일본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을 짚었다. 일본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가운데 투자 대상이나 규모는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고 명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휘둘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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