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지지한 연준 의원은 1명에 그쳤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두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위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여전히 금리인하 신중론을 강조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증시도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못한 채 실망감을 드러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00~4.25%로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 첫 금리 인하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하한 뒤 올 들어서는 다섯차례의 FOMC 회의에서 줄곧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간 금리 차이(한국 기준금리는 2.50%)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로 줄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발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노동 시장이 더 이상 견고하다고 할 수 없고 정말 냉각되고 있다"고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서도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표현이 사라지고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최근 수개월 동안 고용시장이 악화하면서 연준의 우려가 물가 상승보다 고용 위축으로 옮겨 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고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위험관리 수준의 인하"라고 밝혔다. 일단 노동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을 금리 인하로 완전히 튼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왔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에 미칠 영향도 재차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 영향이 일부 상품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며 "경제 전반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관세 효과가 일시적인 가격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짚은 것이다.
시장에선 이날 FOMC 회의를 두고 애초부터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면서 향후 인하 전망에 더 주목했다. 이날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포함해 위원 19명의 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공개하는 점도표에서 위원들이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 중간값을 3.6%로 지난 6월 전망치(3.9%)보다 낮게 예상한 것으로 나타나자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환호한 게 이 때문이었다. 앞으로 남은 10월,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두차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시장을 띄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점도표. |
하지만 위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은 하락세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신중론과 맞물려 연준 내부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점도표를 보면 연말까지 두차례 추가 금리 인하 의견을 낸 위원이 19명 중에 9명, 올해 추가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본 위원이 7명이다. 2명은 한차례만 더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 것도 향후 금리 대폭 인하 전망을 한풀 꺾었다.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금리 인하가 한차례, 2027년에도 한차례로 나타났다. 장기 중립금리는 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그동안 내년 금리가 세차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날 회의에서 빅컷 의견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11명의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한 가운데 전날 신규 임명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만 홀로 0.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하면서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던 미셸 보우먼 연준 금융담당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은 이번에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
증시는 이날 연준 발표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다 결국 방향성을 잃은 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0.42포인트(0.57%) 오른 4만6018.32에 거래를 마감한 반면, S&P500지수는 6.41포인트(0.10%) 내린 6600.35에, 나스닥종합지수는 72.63포인트(0.33%) 하락한 2만2261.33에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날 장중 11만7000달러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금리 인하 결정이 발표된 뒤 1% 이상 떨어진 11만5700달러까지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시장에선 오는 10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확률이 전날 74.3%에서 이날 87.7%로 올랐다. 오는 12월 금리가 3.50~3.75%로 인하될 확률은 81.6%로 집계됐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