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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력기기 역대급 호황… 수주 잔액 10조 돌파도

조선일보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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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력기기 역대급 호황… 수주 잔액 10조 돌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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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3, 공장 사실상 풀가동
수출 앞둔 절연유 변압기 점검 -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공장에서 직원들이 영국 수출을 앞둔 400kV(킬로볼트)급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의 마무리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수출 앞둔 절연유 변압기 점검 -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공장에서 직원들이 영국 수출을 앞둔 400kV(킬로볼트)급 친환경 절연유 변압기의 마무리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일감이 몰려드니 직원들도 신이 났습니다. 퇴근 시간 후 3시간씩 특근을 자처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찾은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공장 곳곳엔 출하를 기다리는 초대형 변압기와 차단기가 수십 대씩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국내 전력 기기 제조 공장 중 단일 공장으론 최대 규모(약 72만㎡)다. 생산 물량의 75%가 변압기와 차단기다.

총조립장에선 60여 명이 영국과 카타르로 수출할 대형 변압기를 마감하고 최종 성능을 시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 생산 공장에서 북미 물량을 담당하고, 창원공장은 50%는 유럽, 30%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수출한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수주 잔고 10조원을 넘겼고 2분기에도 10조70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2%나 증가했다. AI 시대 본격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전력망 신설, 교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과 함께 K전력기기 시장 빅3로 통하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도 2분기 기준 수주 잔고가 각각 9조1000억원, 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거의 3년 치 물량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한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AI·신재생·노후 교체 ‘3박자’ 호황

역대급 호황의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전력 먹는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확산이다. 둘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유럽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전력망 교체(교류→직류)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40년 이상 된 선진국 노후 전력망이 교체 시기에 도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노후 전력망으론 중국 AI와 경쟁할 수 없다”며 “전력 용량을 2배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전력 기기 시장은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히타치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면에선 한발 뒤지지만 시장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기회를 맞은 것이다. 국내 빅3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사실상 풀가동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특근을 하고 있지만 주 52시간제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퍼사이클 10년 이상 지속”

세계 전력기기 시장은 이제 호황의 초입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 기관인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2020년 2350억달러에서 2030년 5320억달러, 2050년 636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 장재성 상무도 “해외 전문가들도 ‘10년 이상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고 전했다.

당분간 수주 걱정이 사라진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릴 새로운 투자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7월 33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HVDC는 기존 교류 송전보다 장거리 송전 때 전력 손실이 적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대 호환성도 뛰어나다. 2017년 조현준 회장 주도로 HVDC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효성은 작년 국내 최초로 200MW급 HVDC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망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았다. 초고압 변압기 호황이 지나면, 분산형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 분야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023년 세계 최초로 메가와트(MW)급 직류 배전 시스템을 판교 글로벌 R&D 센터에 상용화하는 등 직류 배전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LS일렉트릭은 배전과 송변전 시장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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