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구는 그동안 권력구조나 핵·군사 전략, 지도자 중심의 정치분석에 치중해 왔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주민들의 실제 삶, 그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연구는 반쪽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의 거시담론이 아닌 생활세계에 주목하는 '생활형 실증 연구'가 시작되었다.
10여 년간 평양 출신 탈북민 100여 명을 심층 면담하여 경제 활동 경험, 생존 전략, 일상적 거래 방식을 세밀히 기록했다. 면담 자료는 위성사진, 장마당 가격, 물류 경로 데이터와 교차 검증하며 북한 내부의 비공식 경제를 구조화하는 데 활용되었다.
질적 자료와 양적 데이터를 융합한 이 방법론은 기존 북한 연구에서 보기 드문 시도로,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분석을 통해 '계획경제 대 시장화'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북한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가는 배급과 행정 통제를 유지하고 국가 기업소는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었다. 동시에 주민들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활발히 경제활동을 전개했고, 돈주와 여성 상인, 국경 무역 네트워크가 시장을 움직였다.
이 두 체계는 충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협력하며 주민 생존을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이를 자동차에 비유해 계획경제는 내연기관, 비공식 시장경제는 전기모터로 동시에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생존경제'라는 개념을 도출하게 되었다.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북한 경제를 국가 제도, 민간 주체, 경제 구조라는 세 영역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21가지 핵심 요소를 추출했다.
국가 영역에는 당·군·보위부의 통제, 국가 기업소의 외화벌이, 잔존하는 배급체계가 포함된다. 민간 주체 영역에는 돈주의 부상, 여성 경제인의 활약, 신흥 중산층의 성장과 사채시장이 자리하며, 구조적 요소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 외화 의존, 사회 불평등 확대, 신분 상승의 가능성, 권력과 시장의 결탁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시장화가 아닌, 주민 생존을 매개로 한 국가와 시장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구조화한 성과였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평가 시스템에서 실증성, 독창성, 구조화 가능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통일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 남북 경제협력 모델 설계의 참고 자료,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 기획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 연구의 시선을 국가 중심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이동시킨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된다.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끈기 있게 자비로 연구를 이어가며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학문적으로 복원한 노력은 민족 통합과 상생, 통일 기반 마련에도 기여한 성과로 인정받았다. 민족공훈대상 수상은 이러한 학문적 성취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인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평양 하이브리드 생존경제'라는 분석틀의 정립 과정은 현장 면담과 실증 자료의 융합, 기존 연구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 주민 생존 중심의 구조 분석, 그리고 이를 이론적 개념으로 승화한 독창성에 기반한 학문 여정이었다.
이는 북한 경제 연구의 한계를 넘어 학문적·정책적 새로운 기준점이자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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