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C 손흥민이 10일 일리노이주 브리지뷰의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파이어 FC와의 원정 경기 후 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손흥민(33·LA FC)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데뷔전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새로운 무대에서의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손흥민은 10일 오전 9시 30분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파이어 FC와의 2025 MLS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되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LA FC는 손흥민의 활약 속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LA FC 입단을 공식 발표한 손흥민은 예상보다 빠르게 비자 발급 절차를 마치고 데뷔전을 치렀다. 구단은 전날 손흥민이 선수단과 함께 시카고 원정을 떠났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P-1 비자와 국제이적증명서(ITC) 발급이 완료되어 경기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의 입단식에는 캐런 배스 LA 시장, 데이브 민 연방 하원의원, 김영완 주 LA 총영사 등 지역 정치인들이 참석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 배스 시장은 손흥민에게 특별 제작한 LA 시민증을 수여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손흥민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16분 데이비드 마르티네스와 교체되어 투입됐다. 원정 경기였음에도 경기장은 손흥민을 환영하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투입 직후부터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인 손흥민은 후반 21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후반 27분에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백힐킥으로 연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은 후반 31분에 찾아왔다. LA FC가 1-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손흥민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중원에서 시작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시카고의 카를로스 테란이 뒤에서 발을 걸었고, 주심은 처음에는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
하지만 VAR 판독을 거친 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데니스 부앙가가 침착하게 성공시켜 2-2 동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페널티킥 이후 직접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향하며 동료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손흥민의 LA FC 이적은 단순한 팀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약 369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명 선수로 등록되어 샐러리캡을 적용받지 않는 특별 대우를 받게 됐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이며, 2028년 연장 옵션과 2029년 6월까지의 추가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LA FC가 처음에는 첫 번째 옵션이 아니었지만, 조 토링턴 LA FC 공동 회장이 보여준 비전과 구단의 야망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특히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MLS 진출이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2010년부터 15년간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손흥민에게 MLS 진출은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토트넘에서 UEFA 유로파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통산 100골 등 아시아 선수 최초·최다 기록을 세운 그는 이제 미국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
손흥민은 약 30분의 출전 시간 동안 3회 슈팅(유효 슈팅 1회), 6회 패스 성공(성공률 86%), 1회 태클, 1회 드리블 성공 등을 기록했다. 페널티박스 내에서 3회 볼 터치를 하며 상대 수비진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했다. 현지 평점 사이트 풋몹은 손흥민에게 6.6점을 부여했다.
미국 현지 언론과 팬들은 손흥민의 데뷔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LS 공식 웹사이트는 손흥민이 즉각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으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교체 투입 직후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고 분석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승리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새로운 팀 동료들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LA에서 단순히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니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재차 강조했다.
손흥민이 MLS 무대에서 보여준 첫 번째 임팩트는 그의 클래스가 어느 리그에서든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동점의 발판을 마련하며 LA FC 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펼쳐질 손흥민의 MLS 여정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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