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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인터뷰] "그 날 멘탈은 최고였죠" 김보미의 터닝포인트 '제주의 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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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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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팬들은 지난 3월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LPBA 무대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봤다. 어느 쪽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호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과 NH농협카드 여자부의 두 기둥 중 하나인 김보미의 격돌이 성사된 것이다.

김보미는 프로 전향 5시즌 차였으나 좀처럼 왕좌와는 연이 없었다. 매 대회 8~4강은 밥먹듯 진출하는 특급 강호지만, 직전까지 결승 무대는 22-23시즌 8차 투어(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한번 오른 것이 다였다. 그마저도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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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와 하나카드 김가영이 포옹한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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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시즌 월드챔피언십 결승 무대에서 그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김가영에게 1세트만을 내주고 2, 3, 4세트까지 파죽지세로 따냈다. 그리고 5세트에서 챔피언십 포인트 1점만을 남겨두며 제주에서의 새 역사를 눈 앞에 뒀다. 한 마디로 '큰 일'을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잔혹하게도 단 1점의 운은 눈 앞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집중력이 돌아온 김가영이 5, 6, 7세트를 단숨에 뒤집으며 사상 초유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결국 김보미는 두 번째 준우승에 머무르며 무관 탈출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지난 25일 경기도 시흥 소재 연습장에서 MHN스포츠는 김보미와 더불어 용현지(하이원리조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타 프로스포츠에 비해 당구는 비시즌이 세 달 가량으로 짧은 편이다. 두 선수 모두 짤막한 휴식기를 느긋하게 즐기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차였다.

"(휴가기간 동안)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는 김보미는 "NH농협카드 팀 멤버들과는 최근 행사가 있어 한번 봤는데, 모두 각자 여행을 다녀왔더라"며 여유로운 근황을 알렸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제주도의 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분명 속 쓰린 경험이다. 하지만 거꾸로 이 경기는 김보미에게 또 다른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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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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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시합이 사실 영향이 좀 컸다"며 선뜻 말문을 연 김보미는 사실 그런데 시합하는 과정은 다른 분들은 잘 모르신다. (당시의) 제 생각과 기분, 이런 것. 그런데 그 날 대회는 제가 지금까지 당구를 치면서 멘탈이 가장 안정적인 날이었다"고 복기했다.

평소 투어에서는 4강에만 가면 징크스처럼 떨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갑자기 멘탈이 흔들리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그 날은 이상할 정도로 공이 잘 풀렸다. 공이 잘 맞지 않아도, 잘 맞아도 컨디션 자체는 매우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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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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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도 그 경기가 생각이 나고 너무 아쉽지만, 그 시합을 기점으로 멘탈이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졌을때 툭 털어내는 멘탈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그 대회는) 억지로 털어내려 노력하지 않고,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날 시합에 대해서 제게 묻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그 이야기가 나오면 솔직하게 '죽을만큼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털털하게 웃어보였다.

곁에 함께 한 용현지 역시 "사실 그때 (김보미) 언니가 너무 침착해서 일을 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1점은 정말 너무 아쉽다"며 "하지만 한결같이 성적을 내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언니는 실력있는 선수다. 사실 우승은 하고싶다고 하는게 아니라, 그 날 컨디션과 내 운, 상대 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그걸 위해 죽어라 연습한다. 언니가 그래서 새삼 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멘탈을 다잡는 것은 노련한 선수도 힘든 일인데 언니는 젊은 나이에 프로다운 덤덤한 모습을 보여줘서 더 멋졌다"고 함께 자리한 언니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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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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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는 하나카드 주장 김병호와 함께 '부녀 선수'로 나란히 PBA에 입성한 원년(19-20시즌) 멤버다.

그리고 아버지와는 또 다른 캐릭터로 LPBA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연맹 시절까지 합하면 더 긴 세월을 선수로 보냈지만, 프로 선수로서의 무게감은 좀 더 다르다.

생각하고 있는 '프로'의 모습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묻자 그는 "마음가짐은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며 "(PBA는) 연맹 시절과 다르게 미디어 노출도가 높다. 길 가다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있고, 언행을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것부터가 '준공인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것부터가 프로마인드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좀 더 자기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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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김보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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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생인 그는 LPBA판에서 절정기를 맞은 20대 중후반~30대 초 선수들의 대표 페이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남자판처럼 치열하고 활발하지는 않아도, 조금씩 발전과 움직임을 거듭하고 있는 여자당구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신중하게 말을 고르던 김보미는 소신있는 대답을 전했다. 그는 "최근 LPBA판은 스타성 있는 선수들이 많이 주목받는 느낌인데, 시합에 조금 더 무게를 뒀으면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초반에 대회를 시작하면 PPQ~PQ라운드에 어리고 장래성 있는 선수들이 많다. 다만 최근 초점이 실력보다는 단기적 화제성에 많이 치우친 느낌"이라며 "결국 본격적인 당구 이야기는 8강~4강 정도에 가야 나오는 것 같다. 랭킹과 성적 기준으로 체계가 잘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한 순간 반짝 주목받는 선수도 팀리그 등에 들어가 제 실력을 내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고, 기존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 입장도 안타까운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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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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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본지는 PBA 스토브리그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자유롭고, 솔직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선수풀이 좁은 PBA는 농구, 야구, 배구, 축구같은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아직 없다. 트레이드 시스템은 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적 시장이라는 개념이 없어 3~5월 비시즌에 접어들면 관련 기사나 이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팀 해체와 방출, 창단, 인수를 제외하고 선수들이 타 팀으로 협상 과정을 거쳐 자유롭게 옮겨가는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함께 자리한 김보미와 용현지는 모두 "(향후 스토브리그 활성화는) 상당히 장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반색을 비췄다.

김보미는 여자부 팀 드래프트 최다(3회) 경험자이기도 하다. 20-21시즌 SK렌터카에서 활약하다 21-22시즌 신한금융투자로 옮겼고, 이후 22-23시즌에 신한금융투자가 해체하며 NH농협카드로 건너와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김보미는 "사실 아직까지 프로당구는 (스토브리그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드래프트 전까지는 너무 조용한 느낌이 없잖아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저는 팀을 많이 옮겨봤다. 그런데 확실히 팀을 옮길 때마다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멤버마다 성격이 다 다르고 팀마다 컬러가 모두 다르다. 거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분명히 정신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 각 팀에 가서 당구를 배우는데, 각 멤버들의 당구 스타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력적으로도 발전이 크게 이뤄진다"며 또렷하게 짚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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