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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야구장 하나에 지역명 2개 들어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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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야구장 이름을 짓는 데 많은 진통을 겪은 뒤 18일 개장식을 연 `창원 NC파크 마산구장`.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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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의 새 홈구장이 18일 개장했다.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만9249㎡, 최대 관람 수용 인원 2만2000명 규모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개방형 야구장으로 메이저리그 구장이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구장 이름을 두고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창원NC파크 마산구장'. 통상 구장을 '파크'로 부르는 것을 고려하면 구장 하나에 지역명과 구장이란 단어가 두 개씩 붙은 기이한 명칭이다.

2016년 5월 첫 삽을 뜬 NC다이노스의 새 구장엔 정부와 경남도, 창원시에서 약 1200억원, NC에서 100억원 등 총 1270억원이 투입됐다. 치열한 설계 공모 끝에 메이저리그 구장 설계 경험이 풍부한 '파퓰러스' 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완공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구단이 지난 1일 팬들을 대상으로 개방한 야구장은 외야 쪽 공원과 내·외야를 계단 없이 잇는 경사로, 국내 최초 옥상정원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새 구장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부풀어 있지만 야구장 개장일인 오는 23일 NC다이노스 팬들은 단체 야유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 NC 팬은 "야구장 명칭 선정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시의원들의 지역 이기주의에 시민들과 구단의 법적 권리가 묵살됐다"며 "기형적 이름이 탄생하며 전국적 조롱거리가 된 것에 대해 23일 창원NC파크 주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새 구장 이름은 '창원 NC파크'였다. 창원시가 지난해 11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였고 구단 측이 제시한 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창원시에 통합된 마산 지역 시도 의원들이 '마산'을 반드시 구장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마산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창원시는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이름 짓기에 들어갔다. 창원시의원과 공론화위원회 위원, 구단과 구청별 대표 시민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명칭 선정위는 한 달 동안 세 차례 회의를 거치며 구단 의견까지 수용했지만 새 구장 이름은 이번에도 '창원 NC파크'였다.

지난해 12월 명칭 선정위가 '창원 NC파크'로 구장명을 발표까지 했지만 마산 시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원 NC파크 마산구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시도 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하며 강경한 입장을 펼쳤고 결국 창원시의회는 지난달 14일 급히 개정된 조례 개정안을 가결시켜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했다. 이미 기존 명칭으로 예산을 들여 홍보와 개장 준비를 하던 NC 구단 입장에선 금전적 손실은 물론 100억원을 투자하고 보장받은 구단 고유의 명명권마저 잃은 셈이다. 명칭 선정위의 결정 역시 지자체의 독단적인 결정에 무시당했다.

야구장 명칭 문제로 드러난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야구팬들의 분노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개막 당일부터 팬들의 집단 반발 행동이 시작된다면 오프시즌 큰돈을 들여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고자 하는 NC다이노스의 팀 분위기는 쉽게 반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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