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꿀잼’, ‘핵잼’, ‘빅잼’에 빠진 3대3 여자농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여자프로농구 6개팀 한강변에서 3대3 농구대회

화려한 무대, 흥겨운 힙합, 저녁 노을 ‘앙상블’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도쿄올림픽 정식종목



한겨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3대3 농구대회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주최로 지난 13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 예빛섬 특설코트에서 6개 프로팀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열려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구리 케이디비(KDB)생명과 용인 삼성생명의 결승전 장면.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 코트라 만만하게 봤는데, 헉.. 헉.. 그게 아니네요.”

키 195㎝의 여자농구 현역 최장신 센터 박지수(19·청주 국민은행)는 방금 3대3 농구 경기를 뛰고 나온 뒤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3대3 농구를 처음 경험한 그는 “공격 제한시간이 12초 밖에 되지 않아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국가대표 박하나(27·용인 삼성생명)도 “재미있다. 하지만 숨 쉴 틈이 없다”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여자농구 국가대표 주장 임영희(37·아산 우리은행)도 “3대3 농구를 처음 보는데 5대5 농구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며 웃음 띤 얼굴에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 예빛섬 특설코트. 여자프로농구 6개팀이 모두 출전한 ‘3X3 토너먼트 트리플 잼’ 현장은 화려한 무대와 흥겨운 힙합 리듬이 저녁 노을과 멋지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코트의 선수들은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용인 삼성생명 선수들은 골을 넣은 뒤 멋진 골 뒷풀이를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골을 넣자마자 곧바로 상대 공격이 시작되다보니 “세리머니를 펼칠 여유조차 없었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대다수 선수들이 3대3 농구를 처음 경험하다보니 룰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한 선수는 “공격 제한시간 12초 룰도 여기와서 처음 알았다”며 웃음지었다.

한겨레

용인 삼성생명 박하나가 13일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3대3 농구대회 부천 케이이비(KEB)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여름 밤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화려한 무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관중들은 3대3 농구의 매력에 금새 빠져들었다. 가족들과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경기를 본 서영호(38·서울 잠원동)씨는 “굉장히 빠르고 흥겹고 재미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했다. 친구들과 왔다는 대학생 유가희(21)씨는 “‘트리플 잼’이라는 대회 명칭처럼 꿀잼, 핵잼, 빅잼”이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결승전이 열린 밤 9시께엔 빈자리가 없어 시민들이 두겹 세겹으로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간중간엔 힙합 그룹의 흥겨운 공연도 펼쳐졌다. 코트와 관중석이 가깝다보니 선수들은 관중과 함께 호흡했다. 국가대표 고아라(29·용인 삼성생명)는 “프로 경기 때는 들리지 않던 관중들의 말이 생생히 들렸다”고 했다.

애초 이번 이벤트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비시즌 5대5 여자프로농구 홍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3대3 농구로 바꿨다. 김일구 연맹 홍보팀장은 “3대3 농구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잇따라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서동철 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한국에 유리한 종목인지 생각해 봤다”며 “5대5 농구가 조직력과 팀워크가 중요하다면 3대3농구는 1대1 돌파 능력과 개인기가 뛰어나야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부천 케이이비(KEB)하나외환 신지현이 13일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3대3 농구대회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1회전에서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17-13, 삼성생명은 케이이비(KEB)하나외환에 20-12, 케이디비(KDB)생명은 우리은행에 16-7로 각각 이겼다. 케이티비생명은 가장 큰 점수 차로 1회전을 통과해 결승에 직행한 뒤 준결승에서 국민은행을 물리친 삼성생명을 결승에서 15-12로 이기고 우승상금 3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3점슛 컨테스트에선 하나외환 강이슬이 7개를 성공시켜 6개에 그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우승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가져갔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3대3 농구는? = 경기 시간이 10분이고, 21점을 먼저 넣으면 남은 시간과 관계없이 종료된다. 2점슛은 1점, 3점슛은 2점이고, 자유투는 1점짜리 1개만 주어진다. 선수 4명 중 3명이 뛰고, 감독·코치 없이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작전시간은 30초짜리 한 번이 주어진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