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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리 혜진이는 아주 욕심이 많은 아입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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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7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아마추어로 참가해 깜짝 준우승한 최혜진이 지난 20일 오전 재학 중인 부산 동래구 학산여고에서 후배들의 환영에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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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는 아주 욕심이 많은 아입니더.”

제72회 LPGA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최혜진(18ㆍ학산여고)의 아버지 최길호씨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혜진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골프 안 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며 “욕심이 많고 고집이 세, 뭐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은 말을 안 들어서 골프 그만두라고 골프채를 부쉈더니 그걸 혜진이가 붙여서 연습장에 나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골프채 등 용품 욕심도 많다. 한 번은 안 쓰는 골프채를 중고로 처분했더니 사흘 내내 울더라”라고 덧붙였다.

최혜진은 베스트 스코어가 69타일 정도로 골프 마니아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잡았다고 한다. “혜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장 연습장에 한 번 데리고 간 적이 있다. 티에 공을 올려놓고 쳐보라고 했더니 3살 터울의 오빠는 공을 하나도 못 맞췄고 혜진이는 공을 다 맞췄다. 자세는 엉망이었지만 공을 다 맞춰서 재밌었다. ‘골프 해볼래?’ 했더니 한다고 했다. 그게 골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과거 해외 대회에 참가할 때에는 직접 딸의 캐디 역할도 한 최씨는 ‘선수’ 최혜진에게는 엄격한 코치이지만 딸 혜진에게는 자상한 아버지다. “혜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나는)골프를 끊었다. 골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딸에게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나태해질까 봐 딸에게 칭찬은 잘 안 한다. 목표를 정해주고 달성하라고 한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잘 안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린 자식을 험난한 사회생활 내보내는데 부모 된 입장에서 걱정이 많다”며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ㆍ단체전 2관왕과 세계아마추어선수권 개인ㆍ단체전 2관왕, 올해는 KLPGA투어 E1채리티여자오픈 준우승과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우승에 이어 지난 13일 US오픈에서 9언더파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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