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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중국! 중국! 승리!” 경기장 뒤덮은 ‘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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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드 갈등 속 월드컵예선 한·중전

5만여 중국팬들 압도적 응원

‘붉은 악마’ 한국응원단은 180명 못 미쳐

경찰 1만명 투입해 경기장 경비

주벼상점 영업 중단·교통 통제도



“우리의 조국은!” “중국!” “우리의 팀은!” “중국!” “우리의 목표는!” “승리! 승리! 승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응원단이 일사불란하게 외치는 구호가 장내를 압도했다.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중국전을 앞두고 벌어진 응원전은 1 대 300의 열세 속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5만5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허룽경기장에 한국 응원단은 ‘붉은 악마’ 60여명 등 18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관중은 중국 ‘추미’(축구팬)들이었다. 중국팀 응원단인 ‘룽즈두이’(용의 팀)는 경기장 곳곳에 “중국팀, 힘내라”, “룽즈두이가 함께 싸운다” 등의 구호를 내걸고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흔들며 응원을 이끌었다. 한국의 국가가 흘러나올 때와 ‘대한민국!’이 연호될 땐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12번째 선수(응원단)가 대표팀의 길을 밝힌다’는 의미로 경기 시작 12분에 모든 관중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모습은 장관이었다. 중국 관중들은 ‘추몽적자심’, ‘붉은 기 펄럭이며’ 등의 응원곡을 합창했다. 앞서 지난 18일 중국팀 공식 웨이보(SNS) 계정은 ‘경기 관람 안내’라는 자료를 내고 구호와 응원가를 숙지시켰다. 22일에는 동영상으로 구체적인 동작까지 알려주기도 했다.

한국의 응원도구는 확성기 3개와 북 5개 정도에 불과했다. 분위기 과열을 우려한 치안당국이 입장객들의 소지품 검사를 강화한 결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양국 갈등이 고조된 시기인 만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국 관중석 주변으로는 경찰대 학생들이 배치돼 한·중 응원단을 분리시켰다. 경기장 입장 때도 중국 관중은 일반 개찰구를 통해 평소와 같이 통과했지만 한국 관중은 별도 장소에서 집결해 버스로 이동한 뒤 입장했다.

경기장 치안을 위해 경찰 8000명, 경찰대생 2000명이 투입되는 등 경기장 주변은 경비가 삼엄했다. 건국 초기 군 출신 지도자 허룽(하용)의 이름을 딴 경기장은 원래 구내 호텔의 객실에서도 경기 관람이 가능하지만, 이번엔 손님들을 모두 내보냈다. 경기장 주변 상점도 모두 영업이 중단됐고 교통도 통제했다. <텅쉰체육>의 평론가 자오위는 “지난 10년간 창사에서 열린 국가대표 경기를 여러번 취재했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다만 이날 경기장 주변을 비롯한 창사 시내에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한 감정’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경기 전날 대표팀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한국 선수들과 중국 손님들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창사는 마오쩌둥의 정치적 고향이자 펑더화이, 류사오치 등 여러 공산당 지도자를 배출한 곳이다.

창사/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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