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이번에도 레알 ‘창’ 이번에는 AT ‘방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럽축구 왕좌 놓고 ‘마드리드 형제’ 2년 만에 재격돌

같은 연고지의 두 팀이지만 완전히 색깔이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기대가 크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가 ‘꿈의 무대’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축구팬의 눈과 귀가 29일 오전 3시45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판 승부에 쏠린다. 2년 전 사상 첫 ‘마드리드 더비’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렀던 이들의 두 번째 대충돌에서 누가 웃게 될까.

■‘화려한 초보’ 지네딘 지단 VS ‘전략가’ 디에고 시메오네

초보와 베테랑인 두 감독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다.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지네딘 지단(44·프랑스) 레알 감독은 올 1월 부진에 빠진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에서는 FC바르셀로나에 아깝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단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레알 선수단을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레알에서 뛸 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지단은 감독으로 다시 우승을 넘본다.

지단 감독은 2014년 레알이 AT를 누르고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를 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였다. 선수 시절의 풍부한 경험과 코치로 쌓은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로 이름을 떨쳤던 지단이 감독 부임 4개월 만에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품는다면 지도자로도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디에고 시메오네(46·아르헨티나) AT 감독은 지략가로 꼽힌다. 카리스마와 팀 장악력도 빼어나지만 전술 운용능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AT의 레전드인 그는 2011년 감독 부임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3~2014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지배하는 양강구도를 흔들었다. 선수 구성에서는 두 클럽에 비해 떨어지지만 강력하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역습으로 AT만의 확실한 컬러를 구사하며 리그 정상에 올랐다.

현역 시절 터프하고 강한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시메오네 감독은 2년 전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선제골을 넣고 앞서가다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준 뒤 연장전에서 흐름을 내줘 1-4로 대패한 아픔을 올해 꼭 설욕하겠다는 생각뿐이다.

■호날두 ‘창’ VS 고딘 ‘방패’

두 팀은 극강의 공격력과 질식수비로 팀 색깔이 대비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로 대표되는 레알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하다.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벤제마 등 ‘BBC’ 라인은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의 ‘MSN’과 함께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레알은 올 시즌 리그에서 38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110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2.89골. 35골로 리그 득점 2위인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결승에서 골을 넣으면 AT를 꺾고 우승했던 2년 전에 자신이 세운 챔피언스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 기록에 도달한다. 최근 훈련 중 부상으로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결승전 출전은 문제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에는 호날두 외에도 베일·벤제마·모드리치 등 공격력이 막강한 도우미들이 즐비하다.

AT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방패를 가진 팀이다. 올 시즌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18골만 내줬다. 경기당 0.47 실점은 전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극강의 수비력임을 보여준다. 시메오네 감독의 4-4-2 전술은 물 샐 틈 없는 그물망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뒤 AT의 훈련을 참관하고 온 K리그 지략가 성남FC 김학범 감독은 “훈련부터 강도가 대단했다. 팀 전체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수비는 체력 소모가 크지만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더라”고 말했다. AT는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간격을 좁히고 함께 움직이며 상대가 쉽게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든다. AT 수비의 핵은 최고의 센터백으로 불리는 우루과이 출신 디에고 고딘(30)이다. 탁월한 맨마킹과 지능적인 수비 센스를 두루 갖췄다. AT는 단단한 방패로 레알의 공격을 막은 뒤 앙투안 그리즈만과 페르난도 토레스의 한 방을 노린다.

최근 두 팀의 맞대결 전적은 AT가 우위에 있다. AT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서 있으며 2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 후 레알과 12번의 맞대결에서도 5승5무2패로 앞서 있다. 시메오네 감독은 레알을 괴롭히고 역습으로 결정짓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승컵이 걸린 큰 경기 단판 승부는 또 다르다. 유럽 베팅업체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고 앞선 챔스 결승에서 승리한 자신감이 있는 레알이 근소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단 감독과 호날두를 앞세워 11번째 우승컵을 노리는 레알과 2년 전 아픔을 설욕하고 구단 사상 처음으로 빅이어를 품겠다는 AT의 숨 막히는 결승전이 곧 개봉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