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2002 20주년⑥] 이을용과 스무살 이태석의 같은 꿈 "父子 태극마크 기대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왼발에 투지까지 꼭 닮은 아빠와 아들

뉴스1

이을용, 이태석 부자 인터뷰. 2022.4.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리=뉴스1) 이재상 기자 =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야기할 때 '왼발의 달인' 이을용(47)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축구사 첫 월드컵 본선 승리의 단초였던 폴란드전 황선홍의 선제골은 이을용의 멋진 어시스트가 가진 지분이 상당하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 나온 그의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 득점도 축구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나 여전히 진한 기억이다.

이을용의 첫째 아들인 이태석(20·FC서울)은 대한민국이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의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7월에 태어났다. 그리고 2022년, 그는 벌써 스무살이 됐고 늠름한 청년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같은 왼발잡이에 투지까지 쏙 빼닮은 이태석은 언젠가 아버지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 최근 경기 구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난 이을용과 이태석은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부자 케미'를 보여줬다.

◇ 강한 승부욕에 왼발 킥까지 '판박이'인 아빠와 아들

서울 오산고를 졸업한 이태석은 지난해 K리그1 FC서울에 입단한 주목받는 루키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는데, 왼발을 사용하는 모습은 아버지 이을용과 판박이다.

이태석은 "아버지가 선수시절 뛰었던 것을 경기장에서 봤던 기억이 많다. 여러 선수들을 봤지만 당연히 제일 많이 지켜본 선수는 아빠다. 주변에서 아버지와 (축구 폼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고 웃었다.

이을용도 "주변에서 (이)태석이와 내 폼이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식이 아빠 닮는 게 당연하지'라고 웃으며 말한다"면서 "아직은 더 많이 성장해야 할 나이다. 그래도 볼을 찔러줄 때 보면 나랑 비슷하다"고 미소 지었다.

뉴스1

FC서울의 측면 수비수 이태석.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석은 아버지가 활약했던 2002 한일 월드컵 영상을 볼 때마다 놀랍다고 했다. 아버지 이을용은 아들 이태석이 자랑스러워 할 정도의 정교한 왼발과 태극전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투지를 지닌 뛰어난 멀티 플레이였다.

이태석은 "다시 봐도 신기하다"며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장면은 항상 놀랍다. 그런 것을 보면 욕심도 난다. 아버지 경기를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이을용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TV에서 나오는 그때 활약상이 쑥스럽다. 그는 "당시 동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이 흘렀구나'를 느낀다. (이)태석이가 벌써 프로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라고 전했다.

◇ "아빠는 가장 좋은 교과서이자 지원군"

어릴 적 KBS의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던 이태석은 오산고를 거쳐 벌써 프로 2년 차 선수로 성장했다.

이을용은 "슛돌이를 하면서 왼발 킥을 봤는데 재능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승부욕과 근성이 보였다. 물론 본인도 열심히 노력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태석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손보다 발이 나갔다. 크면서 아버지가 축구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축구가)너무 재미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을용은 "가끔 녹초가 돼서 돌아온 아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티내지 않고 그냥 '수고했다'고만 했다. 나보다는 태석이 엄마가 챙기느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석은 경기 후 아버지에게 항상 피드백을 구한다. 이을용도 빠지지 않고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뒤 꼼꼼하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아끼지 않는다.

이태석은 "아버지께 내 경기의 문제점 등을 수시로 물어 본다"며 "쓴 소리도 많이 하시지만 당연히 애정 어린 눈길로 조언해주신다.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뉴스1

이을용과 첫쨰 아들 이태석(왼쪽). (이태석 제공) © 뉴스1


어려움도 있었다. 이태석은 어릴 때부터 '이을용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처럼, 스타플레이어 출신 2세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태석은 "부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버지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솔직히 지금까지 득이 더 많았다. 내가 잘되면 나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고 성숙한 답을 내놨다.

이런 아들은 바라보는 아버지는 조심스럽다. 이을용은 "태석이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것은 웬만하면 이야기 안하려고 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석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가장 큰 지원군이다. 그에게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이태석은 "나도 아버지도 모두 무뚝뚝하지만, 그래도 힘들 때마다 먼저 물어봐 주시는 것은 아버지"라며 "아버지가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해주셔서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 한국 최고의 MF였던 아버지, 최고의 왼쪽 풀백을 꿈꾸는 아들

이을용은 202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대회 후에는 터키리그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했다. 지금은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뛰고 있어 팬들에게 익숙하지만, 터키리그에 진출했던 한국의 첫 축구스타는 이을용이었다.

이을용은 "그때만 해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며 "A매치를 할 때도 시차 등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와서 대표팀 경기를 했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한편 '을용타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일본 사이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국가대표 경기에서 상대의 거친 파울에 뒤통수를 쳐 레드카드를 받았던 일이다.

축구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일에 대한 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미 비슷한 질문을 수 차례 받아본 아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태석은 "(을용타 영상을) 잘 알고 있다"며 "당시에 아버지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중국 선수가 밟아서 욱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뉴스1

이을용, 이태석 부자 인터뷰. 2022.4.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겨우 20살인 이태석은 현재보다 앞으로 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권성윤, 강성진, 이태석 등 오산고 유망주들은 서울의 미래"라고 했다.

아들에 대해 비교적 박한 평가를 하던 이을용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을용은 먼 훗날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아들에게 조언을 달라는 말에 "지금처럼만 했으면…"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을용은 "더 경험이 쌓인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 다치고 계속 배운다면 원하는 (국가대표의)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뉴스1

이을용, 이태석 부자 인터뷰. 2022.4.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lexei@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