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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꼰대인턴' 박기웅, 혼자보다 같이의 가치를 아는 배우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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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홀로 빛나기보단 작품과 함께 의미 있길 기대한다. 혼자, 개인이 더 중요해진 세상에서 같이의 가치를 아는 배우 박기웅의 이야기였다.

박기웅은 2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꼰대인턴' 인터뷰를 진행했다.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체인지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 일터 사수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 드라마다. 1일 밤 방송된 24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가운데 박기웅은 가열찬(박해진 분)이 꼰대 부장 이만식(김응수 분)을 시니어 인턴으로 맞는 회사 준수식품의 후계자 남궁준수 역으로 열연했다.

박기웅은 '꼰대인턴'은 종영 자체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만큼 그는 "제가 진짜 손 꼽을 정도로 놀면서 했다. 진짜 재밌게 했다"고 거듭 말했다. 전작인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세자 역할을 맡아 유독 힘준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로운 영혼 남궁준수 캐릭터를 맡아 하고 싶은 대로 연기했다는 것.

정작 남궁준수의 역할이나 분량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건만. 오히려 박기웅은 "준수 역할이 신인 때 이후에 한 역할 중에 제일 작은 역할이었다. 굳이 분량으로 따지면 제일 작을 수도 있고, 비슷한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요새 진짜 많이 드는 생각이 배역의 크기나 분량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작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 선택할 때 기준이 첫 번째 전체 대본이 재미있어야 한다. 두 번째가 제 캐릭터가 재미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전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며 "두 가지가 충족돼서 '꼰대인턴'을 한다고 했는데 소위 말하는 첫 번째 주인공을 몇 개 거절하고 여기 들어왔다. 왜 거절했냐면 제 기준에선 대본이 매력이 없었다. 저는 제가 같은 값이면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 나이에 해볼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겠나. 가능하면 많은 걸 해보고 싶더라. 가능하면 우리 작품에 나온 선배님들처럼 혹은 더 원로 선배님들처럼 오래 하고 싶더라.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긴 시간 속에 제가 정말 조금 온 거다. 그러면 너무 아등바등하기 보다 내가 즐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러면서 연기가 또 재미있어졌다. 진짜 많이 바뀌었다. 또 메인 주인공 들어오면 더 좋긴 할 거다. 같은 값이면 똑같이 매력적이면 할 거다. 그런데 만약 비중이 적더라도 하고 싶은 연기면 주저없이 그걸 택할 것 같다. 그래서 만족도도 높고 즐겁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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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박기웅이었기에 극 중 남궁준수와 이태리(한지은 분)의 로맨스가 초반 부각됐다가 이뤄지지 않은 채 마무리 된 것도 받아들였다. 그는 "매 작품 그렇듯 대본 전체의 목적을 제일 크게 신경 썼다. 두 번째가 제 캐릭터였는데 대본 전체의 목적에 의해서 제가 병풍이었다면 제가 병풍이 되는 게 맞다고 봤다. 그런데 제가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남궁준수를 관통하는 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기 힘든 성격이라는 거다. 재벌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실제로 주변에 있으면 재미는 있는데 정말 피곤한 성격이다. 극이다 보니 정말 과장되긴 했지만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을 수 있다. 극이다 보니 과장은 됐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지점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 자신의 성격과 남궁준수의 싱크로율에 대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직진 고백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원래 좀 오래 지켜본다.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면 직진 고백한다. 저는 직선적이긴 하다. 에둘러 얘기하지 못한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캐릭터의 성격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고, 캐릭터간 관계가 주는 화학작용이 이뤄져서 하나의 씬, 시퀀스가 완성된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실제 박기웅의 성격은 어떨까. 그는 "꼰대 성향 테스트를 다 했는데 오픈 된 거로는 캐릭터로만 한 게 오픈됐는데 저로도 해봤는데 망원동 나르시스트가 나왔다. 꼰대력이 '0'으로 나왔다. 꼰대는 아닌 것 같다. 꼰대가 굳이 엄청 나쁜 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우리보다 손윗분들이 좋은 얘기 해주시는 건 꼰대가 아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감사한 경험이다. 우리 때 경험을 강요하면 그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저는 과거에 맞진 않았는데 저도 욕을 들으면서 연기했다. 엄마, 아빠를 찾는 욕부터 너무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한 두가지 일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는 "제가 이쪽 일을 처음한 게 2003년 초다. 그때만 해도 고등학교 갓 졸업할 때라 다 형이고 누나고 무조건 막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장에서 형, 오빠가 되고 어느 순간 선배님이라고 불리는 일이 많아지고 책임감도 생겼다. 동생들이나 누구랑 얘기를 나눌 때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혹시 불편하게 들릴까 봐. 왜냐하면 너무 빨리 변하니까. 그렇게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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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은 "이번 현장에서는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고 생각 들 때가 없었다. 그런데 요새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밤 안 새지 않나 적어도. 그런데 저는 예전에 디졸브 기록을 8박 9일까지 해봤다. 그때 허리 디스크도 왔다. 그때 찍은 어떤 장면은 보면 기억도 안 난다. 그게 얼마나 잘못된 거냐. 그러니까 사고도 났던 거다. 그런데 작년부터 진짜 많이 체감할 정도로 좋아졌다. 올해 더 좋아졌고 더 좋아질 거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 할 때 저희 현장에 제 또래 배우들이 많다. 박아인 씨, 한지은 씨 다 또래다. 그런데 우리끼리 그런 얘기 하다가 동생들이 들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다음 작품도 계속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과거 그는 "예전에 정보석 선배님이 생각보다 연배가 있으시다. 저한테 형이라고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선생님이라고 했다. 제가 알기로 60년대 초반생이신데 형님은 아닌 것 같아서 선배님으로 불렀다. 물론 학생을 오래 가르치셨지만 저한테 하신 말씀 중에 '내가 어렵니?'라고 하셨다. '카메라 안에서는 우리는 선, 후배가 아니라 동등한 배우야. 너한테 스스로 막 대하고 다그치듯이 똑같이 해도 돼’라고 하셨던 게 저를 관통했다. 군대 전역하고 바로 들어간 작품이었다. 그런데 김응수 선배님, 손종학 선배님은 정보석 선배님과 궤를 같이 하는 분들이다. 비슷하다. 제가 '각시탈', '추노' 찍을 때도 늘 놀렸다. '김응수 61년생, 탐 크루즈 63년생' 이 정도로 막역하다. 현장 분위기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중년 선배님들께서 후배 배우들을 너무 편하게 놀게 받쳐주셨다. 그게 굉장히 큰 요소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건 정말 무시 못한다"고 했다.

그런 박기웅의 다음 행보는 어떨까. 드라마 중에 고민 중이라는 그의 차기작은 아직까지 열려있었다. 다만 박기웅은 "쉬지 않고 바로 하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너무 재미있게 연기했다. 만족도도 100점 만점에 100점, 저한테도 100점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젤리피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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