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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 안 끝났다…농산물·디지털 등 비관세 장벽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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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 안 끝났다…농산물·디지털 등 비관세 장벽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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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세 압박 예고한 쌀 해석 논란 지속
온플법·구글지도 등 휘발성 이슈 산적
농산물 일단 지켰지만 수입 확대 요구 가능성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뉴시스


한국 정부가 총 4500억 달러(약 630조원) 규모의 투자·구매 패키지를 앞세워 대미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가 프레임워크(기본 틀) 마련의 성격이 강한 만큼 한미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세부 내용을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농축산물부터 디지털에 이르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검역 절차 단계를 줄이는 등 기술적 논의야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갖는 쌀·소고기 등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합의는 한국이 미국에 투자(총 3500억 달러)·구매(1000억달러)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미 양국은 쟁점인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의 비관세 장벽 이슈는 일단 모호한 영역으로 남겨두고 투자·구매와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개괄적 수준의 합의를 이루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미국 측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이번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없다고만 볼 순 없다.

한미 양국이 공식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트루스에서 한미 협상 타결을 알리며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무역을 열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쌀과 소고기 등 레드라인을 지켜냈다고 강조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앞선 김 실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의 주장이 자국 유권자들을 향한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봐도 일본과 합의 때는 구체적으로 일본의 쌀 수입 확대 수치를 언급했지만, 이번 한국 관련 언급에서는 막연하게 시장을 개방한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 실장은 이날 방송에서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개방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다 마무리 됐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비관세 이슈와 관련해서는 미국 측의 압력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대미 통상 도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가 문제인데, 사람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얘기하지 않냐”며 “이번에 마련된 협상안을 갖고 구체적 전략 수립하고 미국과 세부 협상 과정에 있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구 부총리 등과 함께 귀국하면서 “이번에 위기를 잘 넘겼지만 앞으로 언제 관세나 비관세 압박이 들어올지 안심 못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국내 제도적으로 더 정비할 부분이 있으면 정비를 해 앞으로 더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한미 협상 비관세 분야 최대 쟁점이 됐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이나,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 등 미국 측의 추가 행동을 자극할 수 있는 휘발성 있는 이슈들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한 통상 소식통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간 미국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행여 여당이 이번 합의로 미국이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을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식으로 해석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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