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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 80년’을 대통령 취임식과 나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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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 80년’을 대통령 취임식과 나눠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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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식’을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을 했는데 광복절에 ‘국민 임명식’이란 이름으로 공식 취임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광복절 행사 후 광화문에서 “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는 국민 낭독식을 연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탄핵 후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만 했다. 임기 시작 두 달이 지나 별도 취임 행사를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는 행사”라고 했다. 국민을 받들고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진다는 얘기다.

다만 그날이 꼭 8월 15일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광복절은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80번째 기념하는 날이다. 정부 수립 당시 아프리카 최빈국보다 못했던 1인당 GDP는 지난해 일본을 앞질렀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됐고 ‘K 문화’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룩한 성과다. 2차 대전 후 신생 국가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광복 80주년은 이런 국가적 성취를 모두 기뻐하고 온 국민이 함께 새기는 날이다. 그런 날이 사실상 대통령 2차 취임식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이 대통령이 별도 취임식을 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약식 취임식에서 이재명 정부가 5년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시점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출발을 다짐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꼭 광복절이어야 하나.

많은 국경일 중에서도 광복절은 특별히 이념·정파 구분 없이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날이다. 그날의 의미가 대통령 취임식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국민이 있다면 삼가는 것이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제대로 된 대통령 취임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날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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