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지구촌 곳곳이 요란했습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포성이 오갔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해임을 외치며 경제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관세 협상을 놓고 한국과 미국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지요.
지금 이 시간, 세계는 조용해 보여도 전혀 조용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고르고 또 고른 이번 주 핵심 해외 소식, 단숨에 정리해 드립니다. ‘원샷 국제뉴스’, 지금 시작합니다.
◇‘정치 참패’ 뒤 ‘관세 성공’… 이시바의 기묘한 생존 전략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번엔 정치가 졌고, 경제가 겨우 버텼습니다.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민당은 창당 70년 만에 처음으로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놓쳤습니다. 지난해 중의원 참패, 지난달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에 이은 ‘3연속 쓴맛’입니다. 반면 한 자릿수였던 극우 성향의 참정당은 이번에 14석으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외국인 토지 제한, 생활보호 배제 같은 반외국인 공약과 SNS 선동으로 표심을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궁지에 몰린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국정에 공백은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했지만, 당 안팎에선 벌써 ‘포스트 이시바’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다카이치 사나에 등 차기 주자들은 우회적으로 이시바 책임론을 거론 중이고, 자민당의 ‘영원한 원로’ 아소 다로와 모테기 도시미쓰는 이미 비공식 회동을 가졌습니다. 문제는 이시바가 버티더라도 총리의 시선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대미 투자에 쏠릴 수밖에 없고, 한일 셔틀 외교나 동북아 전략 논의 같은 외교 현안은 줄줄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치가 휘청이는 사이, 경제 부처는 조용히 실적을 챙겼습니다. 선거 이틀 뒤인 22일, 미국과 일본은 ‘상호 관세 15%, 자동차 관세 12.5%’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농산물 시장 개방, 보잉 항공기 구매 약속까지 안겨주며 협상장을 나왔고,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오케이”를 외쳤습니다. 트럼프의 숫자 외교에 응답한 결과입니다. 이 타결은 경제 구조가 유사한 한국에도 압박입니다. 자동차 관세를 일본 수준으로 낮추려면, 투자와 시장 개방이라는 ‘그들만의 짐’을 일부 나눠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나는 안 물러난다”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8월 퇴진설을 연거푸 보도 중입니다. 정치는 흔들리고, 경제는 협상장에서 겨우 균형을 맞춘 상황. 위기의 이시바, 과연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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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프레임 vs 야당 심판론, 대만 정국 누가 웃을까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국민소환 투표를 찬성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시민들에게 파면 투표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지난 19일, 대만 타오위안 도심 한복판. 여당 민진당과 야당 국민당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맞불 유세를 벌였습니다. “국민당 의원을 끌어내리는 것부터 대만 안보를 지킵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민진당 당원들은 초록색 옷을 입고 홍보전을 펼쳤고,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는 국민당 운동원들이 “민진당 독주에 맞서 야당 의원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6일(오늘), 대만은 전례 없는 대규모 국민소환 투표를 치릅니다. 표적은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 24명과 무소속 가오훙안 신주 시장 등 총 31명. 7개 선거구는 일정상 다음 달 23일에 따로 투표가 진행되며, 찬성표가 해당 선거구 전체 유권자의 25%를 넘으면 즉시 파면됩니다. 파면된 지역은 3개월 내 보궐선거가 열립니다.
이 판을 설계한 건 라이칭더 총통입니다. 총통 선거는 이겼지만 국회는 졌고, 이후 정책마다 야당이 브레이크를 걸자 그냥 손 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시민단체와 손잡고 ‘야당 심판론’을 외치며 대국민 소환 운동에 불을 지폈죠. 서명도 잘 모였습니다. 신베이시 제1구 같은 경우, 필요한 동의 인원 3만8000명을 훌쩍 넘어 4만8000명이 싸인했습니다. 여기에 ‘친중 프레임’까지 얹었습니다. “야당이 국산 잠수함 예산 깎은 거 봤지? 저 사람들, 중국 편 아니냐?”라는 메시지를 계속 흘려보낸 겁니다. 민진당 지지층 투표 의향은 90%에 달하는 반면, 국민당 지지층은 60%대. 결국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더 투표소까지 뛰어가느냐’입니다.
만약 민진당이 이 투표로 입법원까지 장악하면, 대만은 한층 노골적인 반중 외교와 탈원전 가속을 밟을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실패하면 라이칭더는 ‘야당 몰아내려다 본인만 몰린 셈’이 되고, 조기 레임덕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라올 수 있겠죠. 지금 대만은 투표함 위에서 국회의 절반과 정권의 앞날을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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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병법 : 일본은 오케이, 한국은 “You’re Waiting?”
24일 오전 한미‘2+2 협의’취소 통보를 받은 구윤철(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을 취소하고 인천공항을 떠나고 있다. 지난 20일 방미했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한 위성락(오른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장경식 기자 |
지난 22일, 백악관 집무실은 잠시 ‘홈쇼핑 스튜디오’가 됐습니다. 쇼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그는 일본 경제재생상 아카자와 료세이를 소파에 앉히자마자 본격적인 밀당에 돌입했습니다. “관세 1% 낮춰줄 테니, 미국산 쌀 더 줄 수 있나?” “보잉 100대쯤 사줄 수 있어?” 한 항목씩 짚어가며 값을 매긴 트럼프는, 아카자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오케이” 한마디를 던지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계약 성사의 순간이었죠. 결국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0조원)짜리 대미 투자안을 꺼냈고, 자동차 관세는 12.5%, 상호 관세는 15%로 합의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협상 중 나온 숫자들의 운명이었습니다. 트럼프는 회의 자료에 인쇄된 ‘4000억’이라는 숫자를 직접 지우고 ‘5000억’이라 써넣었다고 합니다. 발표 때는 5500억으로 마무리. ‘미국의 이익 배당 50%’는 그의 입에서 ‘90%’로 바뀌었습니다. 협상 테이블 위 종이보다 그의 입이 먼저였습니다. ‘굴욕 외교’ 논란이 따랐지만, 일본은 자동차 산업만큼은 사수했고, 트럼프는 만족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와 함께 미·일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죠.
한편 한국은 아직 군기 잡기 초입입니다. 탄핵 정국 여파로 협상이 늦어진 탓에 이제야 트럼프의 ‘눈도장 리스트’에 올라간 셈입니다. 트럼프는 일본 대표단에 MAGA 모자를 씌우고 사진을 찍게 했던 인물. “30년간 미국을 착취했다”며 일본을 공개 비난했던 그가, 이번엔 어떤 기준으로 ‘통과’ 도장을 찍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제는 협상 시한이 8월 1일로 코앞이고, 트럼프는 25일부터 스코틀랜드로 여름휴가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실무 협의가 조금만 더 지연되면, 회담 자체가 ‘기회 없음’으로 끝날 가능성도 현실입니다. 지금 이 협상, 쇼가 아니라 실전이라는 것, 다들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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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오스본·헐크 호건…우리 곁을 떠난 ★들
지난 2009년 오지 오스본 공연 모습 /AP 연합뉴스 |
‘프로레슬링계 전설’로 불리는 헐크 호건(본명 테리 볼리아)이 24일(현지시각)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고인이 2005년 본인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인 옷 찢기를 선사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이번 주, 우리 곁을 두 명의 전설이 떠났습니다. 하나는 헤비메탈의 왕좌에서, 또 하나는 레슬링 링 위에서. 오지 오스본과 헐크 호건. 한 사람은 박쥐를 물어뜯던 마왕, 다른 한 사람은 셔츠를 찢으며 미국을 휘젓던 인간 병기. 모두가 알고, 모두가 흉내 냈고, 모두가 그리워할 이름들입니다.
오지 오스본은 22일, 고향 영국 버밍엄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블랙 사바스를 통해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발명하다시피 한 그는, 투병 끝에 가족 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이달 초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던 비야파크 공연에선 20년 만에 블랙 사바스 멤버들이 재결합했고, 오지는 검은 왕좌에 앉아 “이보다 더 멋지게 떠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크레이지 트레인’, ‘미스터 크로울리’, ‘굿바이 투 로맨스’, 그의 노래는 언제나 과격했고, 어두웠고, 슬펐고, 그래서 강렬했습니다. 무대 위 박쥐와 리얼리티쇼 속 가족 사이를 오가던 그는 결국 ‘음악계의 가장 위험한 남자’이자 ‘가장 친근한 괴짜’로 기억될 겁니다.
이틀 뒤, 반대편 대서양에선 또 다른 아이콘이 링을 떠났습니다. 헐크 호건은 24일 플로리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향년 71세로 별세했습니다. 레슬링 팬들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 금발 머리, 구릿빛 피부, 찢어진 셔츠, 레그 드롭, 귀에 손을 대는 특유의 세리머니. 호건은 그냥 캐릭터가 아니라, 미국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언 시크와의 대결, 언더테이커와의 악수, 앙드레 더 자이언트를 넘긴 그 순간까지, 그는 늘 ‘국민 영웅’이었습니다. 심지어 현실 정치에서도 등장했죠.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며 특유의 셔츠 찢기 퍼포먼스를 재현했고, 트럼프는 그의 사망에 “진정한 매가(MAGA) 전사였다”며 직접 추모했습니다.
두 전설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퇴장했습니다. 오지는 검은 왕좌에서, 호건은 성조기 아래에서. 그들의 퇴장이 한 시대의 끝처럼 느껴지시나요? 마왕은 퇴장했고, 챔피언도 내려갔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과 몸짓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함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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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 앞에만 서면 트는 왜 작아지는가” 산 트럼프 죽이는 엡스타인
지난 2024년 자레드 모스코위츠 민주당 하원의원이 워싱턴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감독·책임위원회 회의 도중, 고(故)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찍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폭발했습니다. 이번엔 엡스타인 생일에 보냈다는 외설 편지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나체 여성 스케치를 그려 “하루하루가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엡스타인에게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는 “나는 그림 같은 거 안 그린다, 저건 내 말투가 아니다!”라며 즉각 반발, WSJ와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무려 100억달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머독은 “편집에 개입 안 한다”며 뒷짐 졌고, WSJ는 “보도는 정확하다”고 정면 대응 중입니다.
파장은 점점 커집니다. 트럼프가 의혹을 덮으려는 듯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관련 FBI 문서 23만 쪽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가 체포되는 AI 조작 영상까지 올렸지만 역풍만 불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오랜 ‘깐부’ 사이였다는 것을 증명할 사진과 영상도 속속 공개되고 있지요. 한때 MAGA 상징이던 붉은 모자엔 불이 붙고,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엡스타인 파일을 왜 감추냐”며 트럼프를 향해 불신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대선 때 ‘엡스타인 자료 전면 공개’를 외쳤던 트럼프가 최근엔 “그거 시간 낭비”라며 말을 바꾼 것도 분노를 부채질했습니다.
공화당 내부도 균열 조짐입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이름은 여러 번 등장하지만 불법은 없다”고 했지만, 자료를 비공개로 유지하자 ‘찐트(찐 트럼프파)’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까지 “당장 공개하라”며 맞서는 형국입니다.
여론은 싸늘합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엔 “트럼프, 엡스타인 파일을 왜 안 여나?”라는 메시지가 떴고, 지지율은 30%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과거엔 ‘내가 법이다’던 트럼프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린 게 아니다’ ‘민주당의 조작이다’를 외치며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누가 진짜 MAGA고, 누가 딥스테이트인지, 이젠 당사자도 헷갈리겠네요.
☞[News&Why] 죽은 엡스타인이 산 트럼프 잡는다… MAGA마저 “의혹 해명하라”
☞트럼프와 WSJ의 싸움 2라운드 “엡스타인 문건에 ‘트럼프’ 여러 차례 등장”
☞“트럼프, 성착취범에게 음란 편지”... 또 다시 엡스타인 수렁에
◇전자발찌行 전 대통령, 때리는 보우소나루보다 말리는 트럼프가 더 미운 법?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21일 본인의 전자발찌를 공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브라질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전자발찌를 착용했습니다. 절도나 강력 범죄 때문이 아닙니다. 혐의는 국가 주권 훼손, 쿠데타 모의, 외국 정부와의 부당한 접촉 시도, 그리고 수사 방해.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 18일, 야간 가택연금과 함께 SNS 사용 및 외교 접촉 금지, 대사관 접근 금지, 그리고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까지 명령했습니다. 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언론 앞에서 전자발찌를 직접 보여주며 항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브라질의 모범이지만, 브라질은 미국의 모범은 아니다”라는 말로 다소 기묘한 항변을 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보우소나루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며 “이건 마녀사냥”이라며 비난했고, 8월 1일부터 브라질에 50%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미 10%였던 관세를 다섯 배로 끌어올린 이 발표에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트럼프는 세계의 황제가 아니며, 브라질 사법부는 독립되어 있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그링고는 브라질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그링고’는 영어권 외국인을 낮춰 부를 때 사용하는 단어로(영어로 치면 ‘양키’ 같은 느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표현입니다.
이번 갈등은 무역 문제를 넘어 정치적 상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18년 우파 포퓰리즘을 앞세워 당선된 뒤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로 패배했습니다. 이후 지지자들을 선동해 대통령궁과 의회 등에 난입하게 한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중이며, 그의 셋째 아들은 미국과 접촉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전직 대통령이 전자발찌를 차고, 현직 미국 대통령이 그를 두둔하며 관세 폭탄을 던지고, 현직 브라질 대통령이 그링고 소리 하지 말라고 맞받아치는 진풍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자 발찌 채워진 브라질 前 대통령 “젠장, 나 70세라고”
☞트럼프 멸칭으로 부른 룰라… 미국·브라질 ‘기싸움’ 고조
☞트럼프, 브라질에 50% 관세 폭탄... “前 대통령 기소는 마녀사냥”
◇사원 하나에 다연장 로켓까지…유네스코도 말리지 못한 전통의 앙숙전
25일 태국 동부 수린주에서 태국군 자주포 부대가 캄보디아 방향으로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날은 태국과 캄보디아가 중화기를 주고받으며 교전한지 이틀째 되는 날로, 양국 간 10여 년 만의 최악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사원 앞에서 총 쏘는 나라들 이야기, 오늘은 태국과 캄보디아입니다. 국경에 있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두고 “우리 땅이다” “아니거든” 하며 다투던 두 나라가 결국 로켓포까지 날렸습니다. 지난 24일 이후 국경에선 장갑차가 달리고, 전투기가 뜨고,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많던 수린주는 지금 대피령이 떨어졌습니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먼저 드론 날리고 병사 6명 들이밀었다”며 맞불을 놨고, 캄보디아는 “태국이 지뢰 사고 핑계로 철조망부터 치더니 먼저 쐈다”고 맞받았습니다. 말싸움은 유엔까지 번졌고, 캄보디아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요청까지 했습니다. 한마디로 ‘진지한 싸움 중입니다’ 상태라나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영토 분쟁이었다면 덜 복잡했을 겁니다. 알고 보면 이번 사태, 부녀 vs 부자의 가족 싸움입니다. 태국 총리 팟통탄은 탁신 전 총리의 딸, 캄보디아 총리 훈마넷은 훈센 전 총리의 아들. 과거 탁신과 훈센은 서로 ‘삼촌’ ‘조카’ 부르며 의형제를 맺었고, 훈센 자택엔 탁신 가족을 위한 전용방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삼촌이 조카 욕을 녹음해서 뿌렸습니다.
패통탄 총리는 지난달 훈센과 통화 중 자국 군 간부를 “폼만 잡는 반대파”라고 말했다가, 그 통화 내용이 그대로 유출됐습니다. 누가 유출했냐고요? 훈센입니다. 그는 TV 연설에서 “내가 유출했다. 알려야 했다”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결국 패통탄은 총리 직무 정지, 훈센은 “태국엔 새 총리가 필요하다”는 멘트까지 날리며 38년 총리 ‘짬밥(?)’에서 나오는 외교전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양국의 싸움은 역사 교과서까지 끌고 갑니다. 캄보디아는 “우린 크메르 제국의 후예”, 태국은 “아유타야 왕국의 계승자”라며 설전을 벌이고 있어요. 양국 관계, 한국·일본·중국보다 사이가 더 험악하답니다. 동남아를 호령하던 크메르, 아유타야에 의해 멸망했거든요. 사원이 있는 프레아 비헤아르는 ICJ도 유네스코도 캄보디아 땅이라고 했지만, 태국은 “사원 주변은 우리 땅이거든요?”라며 버티는 중입니다.
이 모든 와중에 훈센은 총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국왕 다음 서열 2위, 동티모르를 아세안에 넣겠다고 동남아를 누비고 있고, 외교부는 “이제 그 지역은 관광지가 아니라 전장”이라며 여행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불상보다 총, 불교보다 로켓. 그리고 삼촌과 조카의 녹취록. 이쯤 되면 동남아판 ‘하우스 오브 카드’입니다. 다음 회차 예고는 아직 없지만, 현실은 늘 대본을 앞서갑니다.
☞軍 뒷담화한 태국 총리, 결국 직무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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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다연장로켓 쏘고, 태국은 F-16 띄웠다
이번 주 원샷 국제 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소식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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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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