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뉴스1 |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에요.”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살인 사건과 관련, 피해자 아내의 긴박했던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2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살인사건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숨진 A(34)씨의 아내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 ‘살려달라, ○동 ○호다’라며 112에 신고했다.
A씨의 아내는 “누가 총을 쐈어요. 저희 남편이 총을 맞았어요. 빨리 와주세요”라며 통화를 이어갔고, “빨리 들어가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자녀들을 재촉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며 재차 총에 맞은 게 맞는지 다시 물었고, A씨 아내는 “배가(를) 좀 맞았어요. 여기 애들이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앰뷸런스 불러주세요”라고 했다.
A씨 아내는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이어진 통화에서 상황을 묻는 경찰관 질문에 “저희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어요. (시)아버지가 밖에서 총 들고 계세요. (남편이) 신음 소리 내고 쓰러져 있어요”라고 했다. “방 안에 아이랑 같이 숨어있느냐”는 경찰관 질문에 A씨 아내는 “네 네”라고 했다.
경찰관은 A씨 아내를 상대로 경찰과 앰뷸런스가 가고 있다며 안심시켰고, 피의자의 위치를 물으며 “경찰관이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아내는 “열어드릴게요. 문 열었어요”라고 답하고 진입 여부를 물었으나 경찰관은 동·호수를 재차 확인하며 “(경찰이) 올라가고 있을 거예요. 제가 지금 지도로 보고 있어가지고. 지금 남편분 신음 소리 계속 들리나요?”라고 했다. 해당 가구는 스마트폰으로 현관문을 열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은 “지금 무전 소리 들리죠? 지금 무전으로 계속 안내하고 있어요”라고 했으나 아내는 “밖에 소리가 안 들려요. 언제 올라오세요? 몇 층이세요?”라고 물었고, 경찰관은 “지금 올라가고 있는데, 층수까지는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A씨 아내는 “우리 집이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데가 있어요. 테라스 통해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돼요”라고 안내하자 경찰관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바로 전화 받으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전화는 곧장 오지 않았고 A씨 아내는 다시 112로 연락해 “전화가 오지 않는다. 빨리 들어오세요”라고 재촉했다.
A씨 아내는 “제발 빨리 전화주세요”라고 2차례 말하며 “저희 남편 죽으면 어떡해요. 빨리 전화주세요”라고 했다.
녹취록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부터 33분까지, 33분부터 39분까지, 40분부터 41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9분간 이어진 A씨 아내와 신고 접수 경찰관 간 통화 내용이 담겼다. 현장에서 도망친 외국인 가정교사가 도움을 요청한 이웃의 신고 전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이웃은 통화에서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 “경찰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왔다”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라고 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조모(62)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꼭대기 층인 33층 집에서 사제총기를 발사해 아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은 조씨의 생일로 A씨가 잔치를 열었고 며느리와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이 함께 있었다.
조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고 살인 범행 다음 날인 21일 정오에 발화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 예비 등 혐의로 구속하고, 25일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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