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호 홈런과 데뷔 첫 3루타로 히트포더사이클까지 가장 큰 고비를 두 개나 넘긴데다, 두산은 4회에 이미 10-0으로 크게 앞서 있었다. 모두가 기록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기록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박준순은 6회 2루수 땅볼을 치면서 최소 타석 히트포더사이클에 실패했다. 게다가 두산이 8회말에 공격을 마치면서 5번째 타석을 얻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공교롭게도 6번타자 박준순 바로 앞 5번 타순에서 경기가 막을 내렸다.
두산은 두 자릿수 이상 점수 차를 벌린 상황에서도 8회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박준순에게 한 번의 타석을 더 만들어주자는 선배들의 의지가 추가점을 만들었다. 다만 정말 한 타석이 부족했다.
경기가 두산의 13-2 대승으로 막을 내린 뒤, 박준순은 인터뷰에서 6회 타석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프로 입단 동기이자 청소년 대표팀 동료인 한화 투수 정우주가 경기 전 했던 약속을 져버리고 변화구 승부를 펼쳤다는 얘기였다. 박준순은 "정우주가 직구 던질 줄 알았는데 변화구만 던졌다. 분명히 경기 전에는 직구만 던진다고 했는데 변화구를 던지더라. 이따 한마디 해야겠다"며 웃었다.
박준순과 정우주는 23일 경기가 끝난 뒤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계산은 정우주가 했다. 만약 박준순이 히트포더사이클을 달성했다면 계산을 했을 텐데, 승부에서 이긴 정우주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정우주는 "어제 기록 달성했으면 상금이 1000만 원이라고 들었다"며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정우주는 왜 경기 전 합의(?)를 깨고 변화구 승부를 펼쳤을까. 그는 "뭔가 직구 노리고 있는 게 보여서 그랬다"며 웃었다. 박준순은 "조금만 높았으면 안타가 됐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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