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총기 살인’ 재구성해 보니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들. /뉴스1 |
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사제(私製)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경찰의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33층에서 발생했다. 조모(62)씨가 손수 만든 사제 총으로 아들 A(34)씨를 살해했다. A씨 가족은 생일을 맞은 조씨를 초청해 잔치를 열고 있었다. A씨 아내 B씨와 5·9세 자녀들은 안방으로 피신한 뒤 오후 9시 33분쯤 112에 신고했다. “시아버지가 총으로 남편을 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인천 연수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9시 41분쯤 이 아파트에 도착했다. 경찰은 특공대의 지원을 요청했다. 특공대가 아파트에 도착한 건 10시 16분이었다. 특공대는 오후 10시 43분쯤 현관문을 열고 사건 현장에 진입했다. 처음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조씨는 이미 현장을 빠져나가 서울로 도주한 상태였다. 가슴과 배에 총알을 맞은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오후 11시 9분쯤 병원에 도착했지만 숨졌다.
그래픽=김성규 |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오후 9시 41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인천 경찰이 처음 이 아파트에 도착한 시각과 일치한다.
조씨는 아파트 근처 공영 주차장에 주차한 렌터카를 타고 서울로 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에 도착한 뒤 조씨와 마주치지 않았다”며 “동선이 엇갈린 것 같다”고 했다.
특공대 진입이 늦었던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 앞에서 B씨와 4차례 통화했는데 계속 ‘시아버지가 아직 거실에 있다’고 얘기했다”며 “조씨가 집 안에 있는 상황을 전제로 작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테러 분야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총기를 든 범인이 인질과 함께 있는 상황에선 특공대를 기다리는 게 통상적인 대응 방식”이라고 했다.
이날 출동한 특공대는 인천경찰청 특공대로 영종도에 주둔하고 있다. 송도까지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다.
조씨는 21일 0시 15분쯤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에서 검거됐다. 검거된 조씨는 1시 30분쯤 “서울 도봉구 집에 21일 낮 12시에 터지도록 설정한 폭탄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곧바로 서울 도봉구 아파트 주민 105명을 주변 보건소 등으로 대피시켰다.
서울경찰청 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한 건 2시 15분이었다. 이들은 3시 54분쯤 조씨 집에 진입해 4시 17분 폭발물 해체를 완료했다. 사제 폭탄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실제 해체하기까지 2시간 47분 정도 걸렸다. 조씨 집에선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담은 페트병 등 15개와 타이머 기폭 장치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새벽이라 주민 105명을 대피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사제 폭탄이라 파괴력을 예상할 수 없어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문만 열어도 폭탄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진입은 집의 구조 등 정보를 확보한 뒤 하는 게 맞다”며 “오히려 섣부르게 진입했다가 폭탄이 터져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경찰 특공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공대가 출동하는 데는 보통 30분 이상이 걸린다”며 “일선 경찰서 단위로 초동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이 2016년 발간한 ‘테러 현장의 경찰의 치명적 무력 대응을 위한 표준 운영 절차(SOP) 체계화 연구’ 보고서에서도 “총기 무장범이 등장하는 등 테러 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반 경찰의 테러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은 작년부터 현장 경찰관의 사격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38구경 권총’ 사격 연습도 연간 4회에서 6회로 늘렸다.
[인천=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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