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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충전해주는 따뜻한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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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 충전해주는 따뜻한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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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건전지 하나가 이토록 따뜻한 이야기를 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시시(ECC) 영산극장에서 개막한 ‘건전지 아빠’(8월24일까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귀여운 상상력에 현실의 육아 고충과 가족애를 정교하게 얹어낸 가족 뮤지컬이다. 아이는 물론 어른 관객도 미소 짓고 눈시울 붉히며 극장을 나서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끝에 남는 건 단 하나.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충전되는 마음’이다.



뮤지컬은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으로 먼저 탄생한 동명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것이다. 리모컨, 도어록, 장난감 등 일상에서 활약하는 더블에이(AA) 건전지를 아빠로, 작은 트리플에이(AAA) 건전지를 아이로 설정한 발상은 유쾌하면서도 공감 가득하다. “뭐든지 척척 해내는 영웅 같은 아빠”의 모습을 작고 소박한 건전지에 담아낸 이 캐릭터는,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축소판이자 은유다.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애니메이션의 원작자인 전승배·강인숙 부부 작가는 육아의 고충을 ‘모험’이라는 전향적 발상으로 틀어내 호평받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강 작가가 만든 섬세하고 포근한 인형과 소품에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전 작가가 스톱모션 기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결과, 국내외 여러 상을 받아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프랑스 트래블링영화제 청소년심사위원상,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골든게이트상, 일본 다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수상 경력은 ‘건전지 아빠’가 단순히 귀여운 이야기로만 소비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전지 아빠’는 원작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되, 현실 육아의 온도와 감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제작진은 실제 육아 관련 책을 읽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인터뷰를 거쳐 극의 디테일을 채워나갔다. 아이가 잠들어 ‘육퇴’(육아 퇴근)한 뒤 부부가 치킨을 시켜 먹는 소소한 장면조차 육아의 진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노력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이유는, 무대 위 인물들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일상성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공연 장면. 엔에이치엔(NHN)링크 제공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동구 아빠(정원철)는 자고 있는 6살 동구(이혜인)를 바라보며 하루를 위로받고, 모기를 잡으려 전자모기채와 사투를 벌인다. 워킹맘 동구 엄마(김민아)는 아침마다 남편의 출근과 동구의 유치원 등원을 준비하느라 전쟁을 벌인다. 소소한 가족의 일상을 바라보는 동구의 비밀 친구 건전지 아빠(조규영)는 가족의 갈등과 위기의 순간에 손을 내민다. 홍승희 연출은 익숙한 육아의 순간을 연극적 상상력으로 엮으며, 따뜻한 유머와 감동을 불러낸다. 손전등 내부, 책으로 만든 텐트, 우유갑 미끄럼틀 등 아기자기한 소품은 아이들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건전지 아빠’는 아이의 눈을 빌려 어른의 현실을 비춘다. 아빠∙엄마는 지쳐있고, 아이는 외롭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한다. 이 작품은 그 당연하지만 때때로 잊게 되는 진실을, 노래와 이야기, 그리고 작은 무대 위 상상력으로 일깨운다. ‘순수한 가족애가 충전됐다’는 관객들의 후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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