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이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중동 전역에서의 전쟁을 계속 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뜻을 백악관이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각) 백악관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지원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폭스 뉴스와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기자들이 주말 가자 주민 80명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유엔 구호품 차량 앞으로 몰려갔다가 이스라엘군 총격 등으로 사망한 것에 대한 질문을 하자 레빗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상황을 결코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살상이 끝나기를 바라며 이 지역에서 휴전을 협상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가자지구 인질들이 모두 석방되기를 원한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은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지 않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지원이 분배되기를 원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은 절실한 지원이 필요한 여성과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진을 보는 것을 싫어했다”고도 언급했다.
21일(현지시각)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워싱턴 백악관 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습한 데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도 레빗 대변인이 전했다. 또 “시리아 공격과 가자지구의 성가족 성당 폭격에 (대통령이) 당황했다”면서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신속하게 전화해 상황을 바로잡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밀월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다루기 버거운 상황은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을 인터뷰한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켜 ‘통제 불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주 시리아 남부 수와이다 지역에서 드루즈족과 베두인족간의 종파간 충돌로 수백명이 사망한 뒤 시리아 정부군이 이를 진압하러 나서자,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드루즈족의 가족 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정부군과 수도 다마스쿠스 국방부, 대통령궁 등을 공격했다.
레빗 대변인은 ‘가자 공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불만을 표시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비’(네타냐후 총리 별명)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자주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18일(현지시각) 미국의 중재로 휴전한 것을 가리켜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긴장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레빗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의 불만이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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