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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헌정질서 파괴' 軍 지휘관 사진도 차별없이 게시?

이데일리 김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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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헌정질서 파괴' 軍 지휘관 사진도 차별없이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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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규정 정립했지만
'역사 기록 보존'과 '예우·홍보' 목적 해석 제각각
국방부 '범법'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전수 조사
부적합 사례 확인 성과…일부 사실과 달라 아쉬워
계엄 후 '내란' 가담 지휘관 사진 게시 논란 지속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보안·방첩·수사 부대’를 내걸고 탄생한 국군기무사령부 후신이다. 군사안보지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1월 국군방첩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단다.

새로 출범한 방첩사는 신군부 권력 장악의 막후 역할을 했던 국군보안사령부 계승을 공식화했다. 당연히 과거 사령관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사진이 다시 걸릴지 관심이었다. 군사안보지원사는 옛 부대령과 부대역사 등을 폐기하면서 과거 지휘관들 사진을 내렸다. 1대 남영신 사령관부터 새롭게 게시했던 터였다.

역시나 방첩사는 이름을 바꾼 직후 본청 복도에 20대·21대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사진을 다시 걸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16대 보안사령관 사진은 게시하지 않았다. 본지가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문제에 천착한 이유다.

2018년 군은 부패·비리 연루자나 내란·반란 관련 형벌이 확정된 지휘관의 경우 각 부대에서 홍보와 예우 목적으로 사진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단,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 보존을 위해 한 군데에만 게시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김재규 사진은 그가 지휘했던 육군 6사단과 3군단에 걸리게 됐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 보존’과 ‘예우·홍보’를 모두 규정하고 있어 각 부대는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3군단이 부대 역사관을 개편하면서 김재규 사진을 다시 걸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육군 모 부대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육군 모 부대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취재 과정에서 육군 8사단이 역대 지휘관 중 1986년 월북한 최덕신의 사진을 철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9사단도 노태우 사진을 내렸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게시 개선방향’을 수립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국방부는 최근 ‘형(刑) 확정자 사진 게시 현황’을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자료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국방부는 정치관여 혐의로 형이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 사진이 그가 지휘했던 지상작전사령부(당시 제3야전군사령부) 역사관과 복도에 각각 걸려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역사관에만 존재했다.

1공수특전여단의 경우에도 12·12쿠데타 가담자였던 박희도·차규현·전두환 사진이 없는데도 있다고 보고했다. 이 부대는 역사관 내에 역대 지휘관 사진을 걸지 않고 본청 회의실에 게시하고 있다. 노태우 사진도 그가 지휘했던 9공수특전여단과 9사단이 게시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1950년 납북돼 인민군 여단장까지 한 송호성 사진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국방부는 5사단 역사관과 회의실에 각각 게시돼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조사를 통해 제외 대상 사진이 부대 역사관뿐 아니라 복도·회의실 등 복수 장소에 걸려 있다는게 확인됐다.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가 부대별로 상이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처음으로 형 확정 지휘관 사진 게시 현황을 파악했다는 점도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3개월이나 걸린 조사치고는 결과가 엉성하다. 처벌 기록을 현행법상 확보할 수 없어 기존 자료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다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범법 지휘관 사진 게시도 부대원들의 교훈 도출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내란·외환·반란·이적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까지 ‘차별 없이’ 게시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군 지휘관들이 수사·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이들에 대한 형이 확정될 경우 각 부대는 또 사진을 걸지 말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적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부대원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재고할 수 있는 게시 방안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