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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땅장사' 딜레마…수술예고에 길 잃은 LH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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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땅장사' 딜레마…수술예고에 길 잃은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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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장관 후보자 "李, LH 공격적 개혁 주문"
경평 B까지 올린 LH "공급 확대" 내걸었지만
이한준 사의, 정부 개혁예고에 불확실성 커져


'판을 바꿀 공격적, 대규모 개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앞에 또 한번 메스가 놓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땅 장사'라는 환부를 지적받으면서죠.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교차보전 수단으로써 택지개발 이익을 대체할 수입원이 마땅치 않습니다. 시장 안정을 위해 하반기 3기 신도시 물량 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시기적절한 수술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5일 첫 출근 때 이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질문에 'LH 개혁'을 언급하며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임해달라고 주문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 조성 후 민간에 매각하는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지닌 LH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으로 풀이되죠.

아직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대해 나온 것은 없습니다. 다만 조직 분리가 아닌 사업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김 후보자 발언은 LH 조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LH가 택지개발 이익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반적인 LH 사업 방식 개선 등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닥 다졌다 싶었는데…'서릿발'

이렇게 또 한번 '혁신'이라는 구호가 LH 뒤에 붙게 됐습니다. LH에 대한 개혁 논의가 수면 위에 오른 건 지난 2021년 3기 신도시 투기 사태가 벌어진 뒤죠. 이후 2022년에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까지 빚으며 존립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관련기사: LH 투기에 무너진 정책 신뢰…무주택자 '내집마련 물거품되나'(2021년 3월8일)

이후 LH는 쇄신과 개혁을 거듭했죠. 2023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LH 혁신방안에 따라 공공주택사업 진행 과정에서 권한은 대폭 줄었고요. 이한준 사장은 가장 큰 문제였던 전관예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조직 시스템을 개편하는 한편, 3기 신도시·임대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자로서 역할 확대에 주력해 왔습니다.▷관련기사: 'LH 힘 쭉 뺀다'…공공주택건설 민간과 경쟁해야(2023년 12월12일)

그 결과 LH는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LH는 B등급(양호)을 획득했죠. 2020~2022년 3년 연속 D등급에서 2023년 C등급으로 오른 뒤 2년 연속 등급이 상향된 겁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은 물론 매입임대 등 정부 주택정책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죠.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6월이면 '평가'에 울고 웃는 공기업 그 사람들(6월30일)

202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분양계획/그래픽=비즈워치

202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분양계획/그래픽=비즈워치


이러한 흐름 속에서 LH는 올해 하반기 남양주왕숙지구 등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확대에 주력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올해 예정된 3기 신도시 물량 총 7938가구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3067가구가 하반기 입주자모집공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당장 이번 달부터 남양주왕숙지구 B1·2블록에 들어서는 ‘왕숙 푸르지오 더 퍼스트’가 분양을 시작하죠.


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목표에 박차를 가하려던 LH의 걸음은 꼬이게 됐습니다. 정부가 또 한번의 '대수술'을 시사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장인 이한준 사장은 '새로운 임명권자에 거취를 일임하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이 사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입니다.

정부가 사업 방식 개선을 언급하면서 향후 사업계획 변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H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급격하게 사업 구조가 변경된다면 주택 공급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조직 내부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사업 추진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벌이 줄이고 지출 늘리면?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기업 LH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통해 추진했던 '기본주택'에서 그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GH는 공공사업자가 직접 임대주택을 짓고, 토지 소유권을 제외한 건물 임대료만 저렴한 금액에 공급하는 기본주택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LH 역시 궁극적으로는 택지개발 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이 논의에 오를 걸로 보입니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등을 뒤로 물리고, LH가 직접 임대주택을 짓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재원 조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LH가 택지개발 이익을 활용하는 이유는 공공주택 공급, 주거복지 확보에 활용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소위 '교차보전'으로 불리는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작년말 기준 부채는 160조1055억원, 부채비율은 217.7%입니다. 이 부담을 줄이는 것 역시 해묵은 숙제죠.
▷관련기사: LH, 영업익 7배 늘었지만…"160조 부채 관리 필요"(4월14일)
"살수록 손해, 쌓이면 손실폭탄"…LH에 매입임대란?(3월10일)


LH 개혁이 번번이 무위에 그친 점도 이러한 사업 구조를 해결할 뚜렷한 묘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LH 개혁방안 발표 당시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L과 H, 소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모회사를 만드는 조직 분할까지도 검토했다"며 "그런데 실제 검토를 해보니 오히려 인력이 더 늘어나고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국토부 "L과 H 분할도 검토했지만…효율성 떨어져"(2023년 12월12일)

민참사업 또한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민간 건설사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공공주택 품질을 높이고 공급 속도를 확대하기 위한 묘책 중 하나였죠. 중견·중소 건설사들에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건설경기 활성화에 기여도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금호건설과 DL건설, 동부건설 등이 잇따라 3기 신도시에서 이 사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순기능을 배제하고 단순 '택지개발 이익 활용'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LH에 다시 한번 칼을 들이대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H가 택지개발 이익을 재원 조달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지"라며 "임대료 인상 등도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 외에는 방도가 없는데 이 또한 국가 재정 부담을 늘릴 수 있다. 바람직한 방향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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