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샌이시드로 국경검문소를 방문한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한 관계자가 압수된 펜타닐 봉지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중 무역 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지난 3월 중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며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밀반입 문제를 지적한 이후에도 이 사안이 두 차례 협상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 처벌 강화 법안에 서명하면서 “중국 정부가 펜타닐을 미국에 유통하는 중국인들에게 사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펜타닐 문제가 미·중 협상의 ‘3단계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1단계에서는 관세 완화, 2단계에서는 수출통제 해제가 논의된 데 이어 이제 펜타닐이 새로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공상은행(ICBC) 수석 재무담당자인 마테오 지오반니니는 SCMP에 “전통적인 무역 사안은 아니지만, 펜타닐이 미국 내에서는 국가안보와 공중보건의 핵심 이슈로 격상된 만큼 양자 협상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펜타닐은 18~45세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지난 3월 4일 중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대두, 천연가스, 돼지고기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5월 스위스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왕샤오훙 공안부장을 대표단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펜타닐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해당 사안은 공식 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후 1차 회담에서는 관세 일부 철회와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고, 2차 런던 회담에서는 수출통제 해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펜타닐 논의가 양국 간 갈등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닉 매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펜타닐 문제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경제 갈등의 종식을 뜻하지 않는다”며 “갈등이 일시 유예된 것일 뿐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시장 접근 장벽, 데이터 규제, 공급 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이는 여전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지오반니니는 “지금의 미·중 관계는 무역뿐 아니라 안보, 기술, 글로벌 연대 등 다양한 사안이 얽힌 복합적인 국면”이라며 “향후 새로운 합의가 나오더라도 단순한 수치보다는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메커니즘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형’ 언급에 대해 별다른 직접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펜타닐 문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펜타닐 문제는 미국의 문제이지 중국의 문제가 아니며 책임은 미국 스스로에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진심으로 중국과 협력하길 원한다면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고 평등·존중·호혜의 방식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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