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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대부' 룰라 "트럼프는 황제 아냐, 내게 명령 못해"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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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대부' 룰라 "트럼프는 황제 아냐, 내게 명령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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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대통령, 17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세계 황제 아니다" 강조
지난 9일 트럼프 관세 통보에 "매우 불쾌했다" 주장
트럼프 겨냥해 "내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브라질 전 대통령 수사는 무역 협상과 무관하다고 강조
강요하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직접 대화 가능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고이아스주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대학생 연합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고이아스주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대학생 연합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가 “세계의 황제”가 아니며 그의 명령을 듣지 않겠지만 협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룰라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통보 방식을 언급했다. 지난 4월 세계 185개 국가 및 지역에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일주일 만에 유예한 트럼프는 유예 기간에 각국과 협상한다고 밝혔으나, 원하던 만큼 많은 국가와 협상하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는 7일부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시작했다. 그는 룰라에게 보낸 상호관세 통보문 이미지도 지난 9일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브라질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10%)보다 대폭 오른 50%였다.

룰라는 9일 발표를 두고 "나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해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고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며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룰라는 트럼프가 "세계의 황제가 되기 위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룰라는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느 9일 서한에서 브라질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난하는 동시에 전직 대통령 재판 중단을 요구해 내정 간섭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나와 다른 정상들은 브라질의 보우소나루를 존경한다"면서 "현재 브라질이 보우소나루를 다루는 방식은 국제적인 망신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격한 우파 정책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렸던 보우소나루는 재임 기간(2019~2022년)에 트럼프 1기 정부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이듬해 1월 8일에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브라질리아에서 대규모 선거 불복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브라질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보우소나루와 그의 참모진 등 총 34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선거 불복 분위기를 조성해 쿠데타를 모의하고 룰라 암살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첫 재판은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다.

룰라는 CNN을 통해 "트럼프의 위협은 외교규약을 벗어났으며, 내 전임자의 운명이 무역 협상의 대상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사법부는 독립적이어서 대통령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보우소나루가) 개인 차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룰라는 트럼프의 관세 통보를 "아직 위기로 보진 않는다"면서 "가장 좋은 건, 우리가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는 “브라질은 강요를 수용하지 않으며, 양국 관계가 지금처럼 가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면서 “나는 필요한 모든 걸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룰라는 같은 날 브라질 고이아니아주(州)에서 진행된 대학생과의 만남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그링고(Gringo)’는 브라질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링고’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권에서 영어권 주민을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인을 낮춰 부르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외신들은 룰라의 발언이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왼쪽)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면을 쓴 동료와 함께 50% 상호관세를 비난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왼쪽)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면을 쓴 동료와 함께 50% 상호관세를 비난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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