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조선일보DB |
라이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유럽이 드디어 말만 해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뜻을 모은 것 같다”며 “푸틴은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말이 아닌 힘에 반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가 수세에 있었는데 서방은 무기 공급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며 “전쟁이 시작될 때 (우크라이나에) 모든 것을 줬더라면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라이스는 러시아 전략적 목표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타격을 ‘충격’이라 표현하며 “극도로 우아했다” “우크라이나는 핀란드의 모델을 따라 러시아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위험에 빠뜨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라이스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자유로운 조국을 지키려는 용기와 강인함, 인내가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고 말하고 싶다” “패트리엇 대공(對空) 미사일을 가능한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할리냐 얀첸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새벽 2시에 일어나 침실에서 나와 아이들을 욕조에서 재우는, 전쟁 속에서 사는 건 결코 즐겁지 않은 일”이라며 “지난 6년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온갖 감정을 겪었다. 그래서 이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의 열렬한 팬으로, 러시아의 정당한 이유 없는 전쟁을 끝낼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 믿는다” “미국은 전쟁을 끝낼 가장 강력한 도구인 달러를 갖고 있다”고 했다.
라이스는 자신의 후임 장관인 마코 루비오가 미국 외교의 거목인 헨리 키신저 이후 반세기 만에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직책을 겸임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매우 신뢰하는 루비오의 사무실이 포기 바텀(워싱턴 DC의 국무부 청사가 있는 지역)가 아닌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분야 행동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인 만큼 참모가 지근거리에서 소통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무부 내 진행 중인 인력 해고와 구조 조정에 대해서는 “구조 조정은 예전부터 필요했던 일”이라며 “국무부에 시간을 좀 줘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 ☞애스펀연구소(Aspen Institute)
미국의 사업가인 월터 펩키가 1949년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시카고 출신으로 애스펀의 자연경관에 감동한 펩키가 세계의 리더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토론을 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에서 비롯됐다. “대화와 리더십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운영 취지다. 정치 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도록 주선하는 초당적 주관자를 지향한다. 경제·교육·환경 등 30여 분야에서 각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0년부터는 매년 전 세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국내외 문제를 논의하는 ‘애스펀안보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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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펀(콜로라도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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