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야당’ 338만명. ‘히트맨2’ 255만명. ‘승부’ 215만명. 최고 흥행작이 천만은커녕 오백만 근처에도 가지 못한 2025년 한국 영화 흥행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손익분기점 600만명. 오랜만에 만나는 대작으로, 한국 영화계 전체에 방향타를 제시할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이 소설의 주제라면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는 웹소설이 유일한 낙인 회사원 김독자(안효섭)는 계약 종료에 따른 마지막 출근 날 마지막화를 보고 작가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낸다. 10년 전 연재 초기에 받았던 관심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막판에는 김독자가 ‘조회수 1’의 유일한 독자로 남은 웹소설에서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이 회귀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을 모두 희생시키는 결말을 보고 실망해 쓴 글이다.
“결말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직접 써보시죠.” 김독자가 작가의 답장을 확인하는 순간 지하철이 달리던 동호대교가 붕괴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공격과 함께 승객들의 미션이 적힌 홀로그램 화면이 뜬다.
‘전독시’는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뷰를 넘긴 메가 아이피(IP·지적재산권)인 동명 원작 웹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본편만 551화, 외전까지 3천화가 넘는 방대한 세계관에서 앞부분 에피소드를 시나리오에 담았다. 작가의 답장을 받은 김독자 눈앞에 펼쳐지는 건 그가 소설에서 읽은 내용과 일치하는 ‘세상의 멸망’이다. 히어로처럼 힘도 세지 않고 초능력도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유일하게 소설의 끝을 알기에 그는 내용을 떠올리며 괴물들과 맞설 방법을 찾아낸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독시’는 한국 대작 영화가 도전해온 다양한 장르와 기술적 실험의 영토를 한걸음 더 넓힌다. 게임 형식을 적극적으로 영화 속에 들여온 것이다.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단계마다 높아지는 강도로 들어오는 공격을 물리쳐야 생존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원작의 설정이 그렇다. 인간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초월적 존재를 의미하는 성좌, 지역의 경계를 막아 가두는 결계 등 게임과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던 이야기 요소가 윤색이나 변형 없이 영화 속으로 들어오고, 각 인물들은 코인을 모아 무기를 거래해 괴물과 싸운다. 코인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격에 쓰러지면 피가 나오는 대신 코인이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도 일반적인 액션 영화 속 풍경과 사뭇 다르다.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단숨에 이입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보완하는 배경이 퇴근길 지나는 금호역, 충무로역 등 현실 세계다. 또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거나 힘을 합치는 등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이 화면의 비현실성을 잡아준다. 김독자가 선량한 직장 동료 상아(채수빈), 소설에선 주변적 인물인 현성(신승호)과 희원(나나), 어린 소년 길영(권은성)과 힘을 합쳐 괴물과 맞서고, 각자도생이 불가피해 보이는 순간까지 망설이다 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영화 도입부에서 그가 작가에게 썼던 이메일 내용과 맞물리면서 주제의식을 부각한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117분 러닝타임을 구성하는 1500여컷 가운데 1300여컷, 전체 분량이 90%가 시각특수효과(VFX)로 완성됐다.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화면에 실사 인물이 나오는 것처럼 보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지점이 없지 않지만, 김독자가 부러진 칼날의 사라진 부분을 찾고 동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합을 맞추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액션 스케일이나 감정의 빌드업이 잘 구현됐다.
‘더 테러 라이브’(2013), ‘피엠시(PMC): 더 벙커’(2018)에 이어 ‘전독시’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을 적절하게 잡는 부분에서 가장 큰 고심을 했다”며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영화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도록 편집 과정에서 여러번 모니터링을 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독자를 연기한 안효섭은 최근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남자주인공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 목소리를 연기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배우로, ‘전독시’가 첫 영화 출연작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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