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주인공 김독자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넘게 연재된 판타지 웹소설을 끝까지 본 유일한 독자의 눈앞에 소설 속 세계가 그대로 재현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지극히 평범한 20대 회사원인 주인공의 이름은 김독자. 역할수행게임(RPG)에서나 봤던 알림창이 떠다니고 파충류형의 괴수가 출몰하는 판타지 세계에 관객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인도하며 극을 이끄는 인물이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안효섭(30)이 무색무취, 검은 양복 차림의 김독자를 연기했다. 영화로는 첫 주연작이다. 안효섭은 배우 이민호·채수빈·신승호·나나 등 출연진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낸다.
명성 높은 원작 IP(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 300억 제작비 판타지 대작, 올여름 텐트폴 영화.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잔뜩 붙은 영화이지만,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안효섭은 들뜬 기색 없이 차분했다. 그는 “나의 ‘김독자’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부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매 현장에 열심히 임했다”고 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독자의 평범함은 안효섭이 <전지적 독자 시점>을 택한 이유다. “이전에 했던 역할들은 저마다 강점이나 특색이 있었는데, 독자는 그게 안 보였어요. 제목처럼 독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니, 누구나 이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평범함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독자가) 너무 멋있지 않았어요? 지나치게 능숙하진 않았나요?” 안효섭이 김병우 감독에게 가장 많이 물었다는 말이다. 그는 평범하던 사람이 칼로 괴수를 무찌르는 모습이 너무 ‘주인공스럽게’ 표현될까 봐 고민했다고 한다.
김독자는 학교폭력을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캐나다 국적인 안효섭은 7살 무렵 한국에서 캐나다에 이민을 가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해외에서 보냈다. 그는 김독자를 보며 친구가 많지 않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제게도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유튜브·K팝을 보고 듣는 시간이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독자가 웹소설에 의지했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좌, 이민호)과 김독자(우, 안효섭)가 무너진 다리 위에서 대치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속 웹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캐릭터를 맡은 배우 이민호는 그 자체로 연기에 도움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민호의 드라마를 봐온 팬으로서의 마음을 투영해 유중혁을 연예인이자 영웅처럼 바라보는 김독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는 전체 1500여 컷 중 약 1300여 컷이 CG 분량일 만큼 시각특수효과(VFX)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사탕 같은 막대기’를 보고 앞에 도깨비가 있는 듯 연기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이걸 믿지 않으면 관객을 어떻게 설득할까 생각하고 나니 집중할 수 있더라”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던 안효섭은 2015년 MBC <퐁당퐁당 러브>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2·3>, <사내맞선>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처음에는 배우의 길을 가는 게 맞는지 고민도 컸다. 개인적 전환점은 <낭만닥터 김사부 2>였다. 촬영 당시 배우 한석규가 “효섭아, 연기 재미있지? 잘하면 더 재미있다”라고 한 말에 그는 “그 재미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그때부터 타올랐다”고 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안효섭이 영어 목소리 연기를 맡은 그룹 사자보이즈의 진우(왼쪽에서 세 번째). 넷플릭스 제공 |
올해는 안효섭에게 수확의 시기다.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즈 진우 역 영어 목소리 주인공도 그이다. 그는 제2의 모국어와도 같은 영어로 감정 폭이 넓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면서 “후련한 마음”이었다면서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 덕에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안효섭은 개봉을 앞둔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화에 눈 뜬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매 조각을 공들여 찍고, 고민하는 현장이 정말 제 스타일과도 맞았다”고 했다. 안효섭은 “배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값진 작품”이었다고 영화에 애정을 드러냈다.
☞ 300억 대작 액션 ‘전지적 독자 시점,’ 게임 같은 세계관 설득 가능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16134700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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