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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484만원 재킷 단가는 13만원... 中 하청에 저임금 노동 착취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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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484만원 재킷 단가는 13만원... 中 하청에 저임금 노동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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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피아나 로고./AFP 연합뉴스

로로피아나 로고./AFP 연합뉴스


루이비통, 디올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가 중국 하청업체에 저임금을 주고 노동 착취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밀라노 법원은 이날 로로피아나를 1년간 사법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고급 캐시미어 의류를 생산하는 로로피아나는 재킷 등 의류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 소유한 에버그린 패션 그룹에 하청을 맡겼고, 이 업체는 다시 밀라노 인근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재하청을 줬다.

실질적으로 로로피아나 제품을 생산한 이 2차 하청업체는 불법 체류 중인 아시아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야간, 공휴일에도 작업을 시켰다.

당국은 전력 소비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법정 근로 시간을 훨씬 초과해 장시간 근무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불법 기숙사,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 안전장치 없는 기계 사용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로로피아나의 캐시미어 재킷 생산 단가는 2차 하청업체 기준 80유로(약 13만원)였다. 로로피아나는 이를 매장에서 최대 3000유로(약 484만원)에 판매했다. 로로피아나가 1차 하청업체 에버그린에 지급한 단가는 재킷 한 벌당 118~128유로(약 19만~20만원) 수준으로 드러났다.


밀라노 법원은 “로로피아나가 하청업체들의 불법 행위를 고의로 감독하지 않아 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로로피아나가 사법관리 기간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해제된다.

로로피아나 측은 “공급업체가 법적·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하청업체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며 “로로피아나는 지난 5월 이 상황을 인지한 후 24시간 이내 해당 공급업체와 모든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모든 불법행위를 단호히 규탄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과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올 2024 가을 패션쇼.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올 2024 가을 패션쇼. /AP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명품 업체들이 생산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다단계 하청을 줬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발렌티노, 디올, 아르마니, 알비에로 마르티니가 법정 관리를 받은 적이 있다.


디올의 경우 노동 착취가 이뤄지는 중국 하청업체를 통해 가방을 공급받은 사실이 2024년 드러났다. 이들이 만든 가방의 원가는 53유로(약 8만5000원)에 불과했으나, 디올 매장에서는 2600유로(약 420만원)에 판매됐다.

당시 디올 측은 “불법 관행이 드러난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다른 업체들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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