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해 전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북미에서의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쓴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16일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제작비인 360억원(2540만달러)을 들여 완성한 이 작품은 북미 누적 수익 6030만달러를 넘겼다.
시각특수효과(VFX) 회사인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가 극본과 연출을 맡아 완성한 ‘킹 오브 킹스’는 수준 높아진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완성도를 잘 보여준다. 웅장하거나 서정적인 스펙터클이 매끄럽게 펼쳐지고 장면 전환도 세련되면서 참신하다. 장 감독과 공동 제작자이자 촬영감독으로 이 영화에 참여한 김우형 감독이 국내 실사 대작 ‘고지전’, ‘암살’, ‘1987’ 등을 촬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이 작품에도 잘 녹아들었다. 장성호 감독이 목수라는 예수의 직업에 착안해 발전시켰다는 목각인형 느낌의 예수와 다른 캐릭터들도 애니메이션의 판타지적 느낌과 따스함이 적당히 배합돼 합격점을 줄 만하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
장성호 감독은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성경 속 예수의 생애를 옮겨 썼던 ‘우리 주님의 생애’를 읽고 영감받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예수의 생애가 내용이 된 건 종교적 의지보다 전략적 선택에 가까웠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실패가 허락되지 않는 쇼비즈니스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 첫번째 작품을 완성할까 고민하다가 기독교 콘텐츠 시장은 부가판권의 생명력이 길어서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향성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완성도를 위해 많은 제작비를 들인 만큼 개봉 시장도 사이즈가 큰 북미를 겨냥했다. 장 감독과 김 감독이 할리우드 작업을 하며 연결된 인맥을 통해 만난, 디즈니에서 16년간 일했던 캐스팅 디렉터 제이미 토머슨이 기획을 맘에 들어 하며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등 스타 배우들의 영어 더빙을 성사시킨 것도 작품의 흥행에 돛을 달았다. 할리우드 호화 캐스팅은 자연스럽게 한국에서도 이병헌, 이하늬, 진선규 등 인기 배우들의 더빙으로 이어졌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
영화는 예수의 탄생에서 ‘오병이어’의 기적, 병자를 일으켜 세우고, 바다를 걷는 기적과 최후의 만찬, 베드로의 배신,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기까지 예수 일생의 중요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기독교 신자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 같지만 제작진은 성서고고학자 등 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당시의 건축물과 의상 등을 꼼꼼히 재현했다. 시각적 경험은 지루할 틈 없이 빼어나지만 알려진 사건들로 다소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 활기를 넣는 건 액자식 구성의 효과적 활용이다. 아들 월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찰스와 월터가 이야기의 현장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품위 있으면서도 생활감을 잃지 않는 이병헌의 목소리 연기가 성스러움과 경쾌함의 적절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다만, 성경 이야기인 만큼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한국에서 북미처럼 종교적 색채와 무관하게 보편적인 드라마로 즐겨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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