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던 컴포트 마을 소방서 위 사이렌 스피커. /AP 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州)를 덮친 대홍수 속에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마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을 소방서 지붕 위 설치된 스피커 하나가 주민 2200여 명을 모두 살려낸 것이다.
10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과달루페강 하류의 작은 마을 컴포트에서는 주민 2200여 명 모두가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했다. 참사가 시작된 지난 4일 새벽, 고요했던 마을을 깨운 사이렌 소리 덕분이었다. 다니엘 모랄레스 컴포트 소방서 부국장은 “사이렌이 마을 주민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소방서 지붕 위 설치된 사이렌 스피커는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결과다. 컴포트 주민들은 1978년 홍수로 3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아픔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그러다 작년 마을 비상 경보 시스템을 확충할 기회가 마련돼 주민들이 기금을 모았고 지자체 보조금과 소방서 예산이 모였다. 여기에 지역 전력회사 등으로부터도 자금을 조달받았다. 그렇게 소방서 사이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소방서는 스피커 설치 후 한동안 매일 정오 시험 경보를 진행했고 주민들도 사이렌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만약 다른 시간대에 사이렌이 울리면 지역 방송과 소방서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올라온 긴급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고 보냈다고 한다.
사이렌은 미 지질조사국(USGS) 센서와 연결돼 수위가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울리며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폭우가 옆 마을 커 카운티 일대를 삼키고 컴포트에서도 강이 범람했을 시점, 컴포트 주민들은 이미 잠에서 깨어나 있었고 강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당국의 재난 알림을 확인하지 못했던 주민들도 사이렌 소리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홍수 7일째인 이날 기준 사망자 약 100명과 실종자 160여 명이 발생한 커 카운티의 경우 비상 사이렌 시스템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랄레스 부국장은 “사이렌 작동이 커 카운티의 상황을 바꿨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면서도 “컴포트 주민들에게는 분명히 한 단계 빠른 경보를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찾아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