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경 변호사가 알려주는 법] 토지 경계확정 소송의 이해, 법원은 어떻게 토지의 경계선을 정할까?(2편)

법원의 경계 확정 방법과 판단 과정

지난 편에서 토지 경계확정 소송의 기본 개념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법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경계를 확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법원이 토지 경계를 확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객관적 경계의 확인'이다. 이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진실한 경계선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확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래된 측량 기록이나 물리적 표시(돌담, 경계석, 배수로 등)를 통해 원래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다. 이때 법원은 마치 고고학자처럼 과거의 흔적들을 종합해서 진실한 경계를 찾아낸다. 두 번째는 '경계의 창설'이다. 객관적인 경계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모든 사정을 종합해서 가장 합리적인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이는 법원이 단순히 과거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법원이 경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의 신뢰성과 객관성이다. 지적 관련 자료 중에서도 지적도, 토지대장, 과거 측량 기록 등 공식적인 자료를 최우선으로 참고한다. 하지만 이런 공식 자료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보조 자료들을 함께 검토한다. 현장 조사는 경계확정 소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법원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지형의 특성, 기존 구조물의 위치, 자연적 경계 표시 등을 세밀하게 확인한다. 이때 단순히 현재의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 과정도 함께 고려한다.

다양한 증거 자료와 전문가 의견의 활용

경계확정 소송에서 법원이 고려하는 증거는 매우 다양하다. 역사적 자료로는 오래된 항공사진이 특히 중요하다. 과거부터 촬영된 항공사진들을 통해 과거 토지 이용 실태와 경계 표시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과거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세금 납부 기록 등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전문가 의견은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측량사의 정밀 측량은 물론이고, 지적 전문가의 의견, 부동산 감정평가사의 평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과거 지적도의 오차나 좌표 체계의 변화 등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의견이 결정적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법원이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 외에도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추가적인 측량을 명령하거나, 관련 전문가의 감정을 직접 의뢰할 수 있다. 이는 경계확정 소송이 단순한 사적 분쟁이 아니라 공적 기록의 정정이라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은 주변 토지의 경계 확정 사례도 참고한다.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분쟁이 있었다면, 그 해결 과정과 결과를 검토해서 일관성 있는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이는 경계확정이 개별 토지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지적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세경 변호사/사진제공= 로투마니(Lotumani)법률그룹

시효취득 문제와 경계확정 소송의 한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땅에 대한 시효취득"이다. 예를 들어, 이웃 땅 일부를 20년 넘게 사용해왔다면 그 부분을 시효취득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경계확정 소송의 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계확정 소송에서는 시효취득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경계확정 소송은 순수하게 공적 경계선이 어디인지만 확정하는 것이고, 개인의 소유권 취득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계확정 소송의 목적이 공적 기록의 정정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만약 시효취득을 주장하고 싶다면, 경계확정 소송과 별도로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또는 처음부터 소유권 확인 소송만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시효취득의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하므로, 단순히 경계만 확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는 두 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경계확정 판결의 강력한 효력과 실무적 영향

경계확정 소송의 판결은 일반적인 민사 판결과 달리 매우 강력하고 특별한 효력을 가진다. 이는 경계 확정이 단순한 사적 분쟁의 해결을 넘어서 공적 기록의 정정이라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첫째, 확정력이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 경계선은 공식적으로 확정되며, 같은 경계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다. 이는 당사자들이 나중에 마음을 바꿔도 번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경계확정 소송을 제기할 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대세효가 있다. 판결의 효력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미친다. 예를 들어, 토지를 새로 매입한 사람도 그 경계선을 따라야 한다. 이는 경계확정이 토지 자체의 객관적 상태를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실행력이 있다. 판결에 따라 지적공부가 정정되고, 필요한 경우 측량이나 경계 표시 등의 후속 조치가 이루어진다. 이때 당사자들은 이런 조치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무적으로는 경계확정 판결이 나면 지적소관청에 지적 정정을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측량이 필요할 수 있고, 경계 표시 작업도 해야 할 수 있다. 이런 비용은 대개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하므로, 소송 제기 전에 미리 고려해둘 필요가 있다./글 로투마니(Lotumani)법률그룹 전세경 변호사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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