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신현암의 新도쿄견문록] 투숙객 전용 조식 뷔페로 재방문율 올라
도쿄 스테이션 호텔의 조식. 100종이 넘는 아침 식사 메뉴를 '투숙객 전용'으로 내놓아 재방문율을 높였다. /도쿄 스테이션 호텔 홈페이지  | 
도쿄역이 개통한 이듬해인 1915년에 도쿄 스테이션 호텔이 문을 열었다. 개장 후 약 30년이 지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외관이 크게 훼손됐으나, 2007년부터 5년여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2012년 부활에 성공했다. 100주년을 맞은 해에 CNN이 이 호텔을 소개했고, 일본 정부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주요 문화재로 지정했다. 어느덧 1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호텔은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헤리티지(heritage·유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단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헤리티지 자산이 저절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특히 투숙객이 흥미를 느낄 만한 수단을 강구한다면 금상첨화다. 입소문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가.
이 호텔은 프랑스 향수 회사와 협업해 ‘Est.1915’라는 어메니티 세트를 선보였는데,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 기차표를 라벨 디자인에 활용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쪽 모서리가 반달 모양으로 정교하게 떨어져 나가 있다. 검표원이 승차권 모서리에 펀치 구멍을 딸깍 뚫던 영화 속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객실 내 메모 용지는 원고지 디자인을 차용했다. ‘설국’으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비롯해 많은 문호들이 이 호텔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는 스태프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투숙객이 늘어날까. 대부분의 관광객은 외관만 보고 돌아간다. 내부가 궁금해 투숙하는 이도 있지만, 한 번 자보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굳이 두세 번씩 머물 이유는 없다. 호텔은 어떻게 해야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도출한 해답은 ‘조식’이었다. 유명한 식당이 생기면, 호기심에라도 한번쯤 가보게 된다. 호텔이라면 식당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 식당을 매력적으로 만든다면 방문객은 자연히 늘어난다. 하지만 호텔 레스토랑은 꼭 투숙하지 않더라도 점심 식사를 비교적 가성비 있게 즐기거나, 낭만적인 저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침 식사를 화려하게 꾸며 ‘투숙객 전용’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아침 식사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투숙한다’는 역발상은 그렇게 탄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호텔 예약 시 조식 포함 비율은 약 50% 수준인데,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70%에 달했다.
조식은 4층에 위치한 아트리움에서 제공된다. 높이 9m, 면적 400㎡에 이르는 돔형 공간으로, 고전 양식 도서관이나 고풍스러운 전시관을 연상케 한다. 붉은 벽돌과 목재, 샹들리에가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며, 음식은 하나하나 아기자기한 그릇에 담겨 제공된다. 유럽식과 일본식 메뉴 100종이 넘는 구성을 한 끼에 다 맛보는 건 불가능하다. 자연히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되고, 그 자체로 입소문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주는 셈이다.
지난 2월부터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1층 로비 라운지에서 조식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코너를 마련했다. 다만 이곳에서는 뷔페가 아닌 코스 요리로 제공된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투숙해 아트리움에서의 뷔페식 조식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조식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헤리티지’를 무기로 내세웠고, 다양한 입소문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에 어떤 무기를 더해야 할까.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조식 뷔페’라는 새로운 무기를 찾아냈다. 주어진 유산과 스스로 개발한 전략으로 무장한 이 호텔은, 전 세계 호텔들이 격돌하는 도쿄 한복판에서도 당당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무기는 무엇이며 내가 새로 개발해야 할 무기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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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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