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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급 더위 사투' 육계농장… 스프링클러·쿨링패드 24시간 돌려도 '한증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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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급 더위 사투' 육계농장… 스프링클러·쿨링패드 24시간 돌려도 '한증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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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이렇게 더우면 앞으로 닭 못 키워."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9일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한 육계농장.

이곳 농장주 A(67)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농장바닥에 연신 물을 뿌리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원망했다.

A씨는 "이런 더위는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데 닭이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40년간 양계업에 종사한 A씨는 수년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냉방시스템을 구축했다.

A씨의 농장은 지붕 위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15분마다 물을 뿌리며 농장 온도를 낮춘다.

또 벽면에 설치된 쿨링패드를 통해 농장 내부로 시원한 바람이 공급된다.


환기를 위한 송풍시스템도 24시간 가동된다.

그러나 내리쬐는 햇볕에 달궈진 농장 내부온도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오늘도 냉방시스템을 종일 돌리고 있는데, 실내온도는 33도"라며 "날이 덥다보니 닭들이 잘 먹지도 않고 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A씨의 농장은 6만 마리의 육계(식용 닭)를 기른다.

평균 사육일은 32~33일이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출하일이 4~5일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A씨는 "날씨가 더워지니까 닭이 사료를 안먹어서 안 큰다"며 "하루 평균 사료 값이 500만원 가까이 드는데 출하가 지연되면, 그 만큼 사료를 더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 양계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했다.

산란계 농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증평군 증평읍에서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B(45·여)씨는 "비교적 여유 있는 공간에서 닭을 키우고 있는데, 무더위 탓에 산란율이 5% 가량 떨어졌다"며 "이렇게 더위가 지속되면 농장에서 대응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밀집된 공간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산란율이 20%까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폭염에 따른 가축피해가 현실화되자 충북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의 한우농가를 방문, 폭염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농민들이 바라는 지원방안을 청취했다.

김 지사는 "가축폭염 피해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공무원들과 축산 종사자들은 피해 예방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도는 올해 6월부터 폭염 대응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다.

주요 추진사업은 ▷축산농가 대상 폭염 행동요령 홍보 ▷가축 재해보험 지원 ▷가금류 기후변화 대응시설 지원 ▷축사 전기 안전시설 개보수 지원 등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9일 기준 도내 가축 폭염 관련 폐사 현황은 1만3천237마리(닭 1만94마리, 오리 3천28마리, 돼지 115마리)다.

40년 경력 6만마리 농장주 폭염에 근심최첨단 냉방시스템 갖춰도 '찜통'산란율 떨어지고 출하 지연 피해"하루 사료만 500만원 생계 위협" 폭염,가축폐사,육계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