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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찬’ 김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판매용 김의 제조 원료인 산지 물김 생산량은 늘었으나, 이를 마른김으로 가공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정부가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김 건조기 지원 사업에 6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소비자가 가격 안정을 체감하려면 내년은 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올해 상반기 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2.1% 상승하고, 수산물이 5.1% 오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상승률이다. 일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매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마른김 10장(중품)은 1349원으로 평년(979원) 대비 37.8%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김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마른김 생산 능력 부족을 꼽고 있다. 지난해엔 김 수출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국내 공급이 줄어든 게 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올해는 물김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하는 처리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올 1~4월 물김 생산량이 14만879t(톤)으로 전년 동기(9만7235t)에 견줘 44.9% 늘었다고 집계했다. 김 수출이 늘면서 김 양식 면적이 늘어났고, 낮은 수온 등이 뒷받침되면서 작황도 좋았다고 한다. 수협 관계자는 “물김 면적지가 늘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온이 낮아지면서 생산이 늘었다”며 “다만 물김은 생물이라 냉장·냉동 보관이 안 되고 산지 인근에서 바로 마른김으로 가공 처리를 해야 하는데, 시설이 부족해서 물김을 버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물김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기준 물김 산지 가격은 1602원으로 전년 동월(1921원) 대비 16.6% 낮았다. 생산량이 늘어 물김 산지 가격은 떨어졌지만 가공 역량이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보한 60억원을 투입해 김 건조기 교체를 지원할 방침이다. 노후화된 김 건조기를 교체할 경우 더 많은 마른김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품질을 높여 수출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예산으로 신형 김 건조기 20대가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김 건조기 교체가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물김 생산은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동절기에 주로 진행되는데, 올해 10월 생산철까지 새 기계를 도입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중에 예산 집행을 할 건데 기계 제작에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다 보니 올해는 어렵고 내년 10월 김이 나오는 시기에 실제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물김을 제때 가공하지 못한다는 점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소비자 물가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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