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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시험대 오른 이재명 정부…양국 체면 살릴 협상안은?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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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시험대 오른 이재명 정부…양국 체면 살릴 협상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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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 통보

산업계 "고관세,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직격탄"

협상 여지 남긴 美…정부, '양국 체면 살릴 해법' 고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25%의 상호관세를 통보하면서, 무역 전선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내달 1일부터 발효되는 이 관세는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인 만큼, 남은 한 달간 한국 정부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전형적인 협상 카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조정 여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오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선언하며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품목별 관세 외 별도로 적용되는 중첩 관세로,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경고도 함께 담겼다. 일본의 이시바 총리에게도 거의 동일한 내용의 서한이 동시에 전달됐다.

◆ 韓·日 동시에 겨냥한 상징적 군기잡기? = 미국이 첫 번째 관세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나란히 지목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제조업 기반의 수출 강국이자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협상 상대라기보다는 '군기잡기'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정부의 시각이 드러난다.

실제로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럼프가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슷한 프레임에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관세 부과 연기를 발표하면서도 "대통령이 지도를 보며 미국을 속인 나라를 직접 지목했다"고 밝혀, 통상 정책에 정치적 메시지가 녹아있음을 시사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대미 수출이 집중된 국내 주요 산업 입장에서 25% 관세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서버·자동차·통신용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고객사들이 대만, 일본 등 타국 공급처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현지 판매 비중이 큰 현대차·기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 부과는 곧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고, 현지 딜러망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역시 영향권 안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 내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일부 셀이나 소재를 한국에서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부품 관세 부과 시 전체 원가 구조에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고관세는 한국산 제조 제품 전반의 미국 내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장기적으로 공급망 재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시간 벌었지만…관건은 '협상 카드' = 한국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상호관세 유예가 8월1일까지 연장된 것으로 보고, 그 사이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재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 맞이한 외교·통상 악재인 만큼, 고위 외교 채널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어떤 협상 카드로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일부 여지를 남긴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이 관세는 귀국과 우리의 관계에 따라 위로든 아래로든 조정될 수 있다"고 말해, 협상 여부에 따라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정부가 고관세 발표 후 실제 협상에서는 일부 철회하거나 수정했던 전례와 유사한 패턴이다.

업계는 자동차, 에너지, 식품 등 '미국산 수입 확대'가 대표적인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가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자동차 구매 확대나 농산물 수입 확대, 또는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 발표 등이 주요 카드가 될 수 있다"며 "문제는 이 카드들이 국내 산업계나 정치권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세, 망 사용료 등 미국 ICT 기업과 관련된 규제 완화는 미국 측의 핵심 관심사지만,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 쉽게 조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를 유예하면서도 "한국이 (대미) 관세를 올리면, 미국은 그만큼 추가 부과하겠다"며 맞불성 언급도 남겼다. 이는 사실상 일방적인 '게임의 룰'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정부가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을 감안해, 강경 대응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트럼프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방식보다, 양국 모두가 체면을 살릴 수 있는 포지티브한 협상안을 도출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번 위기를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산업과 외교를 모두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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