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호준 기자 |
서울의 자치구는 금연 구역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비흡연자가 간접 흡연에 따른 불편과 피해를 심각하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려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치구의 금연 구역 설치·운영이 여전히 흡연자와 ‘숨바꼭질’을 거듭하는 양상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강남구가 흡연자들이 몰려오던 골목인 이른바 ‘토끼굴’을 금연 구역으로 만들었더니 흡연자들이 인근 골목으로 옮겨갔다. 기존 골목은 금연 구역이 됐지만 옆 골목이 새로운 흡연 구역이 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일은 다른 자치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중구와 용산구는 서울역 광장 일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축구장 8개 면적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치구가 예산을 투입해 금연 구역을 만들고 있지만 주변 골목으로 흡연자들이 옮겨가는 ‘풍선 효과’ 문제는 남아 있다. 한 골목의 문제가 사라졌다며 다른 골목의 문제를 못 본 체 하는 것은 타조가 머리만 숲 속에 밀어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이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금연 구역을 설치·운영한다고 모든 흡연을 금지할 수는 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금연 구역 설치·운영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풍선 효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에 법정 금연 구역만 28만 곳이 넘지만 자치구 총 25곳 중에 14곳은 흡연 공간을 아예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이미 있다. 경기 광명시는 금연 구역 내 민간 건물이 흡연 공간을 설치한다고 하면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흡연자들이 지정된 공간으로 들어간다면 비흡연자들이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는 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재원이 필요하다면 담배세 가운데 지방세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기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금연만 외친다고 그것만으로 도시가 건강해질 수는 없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인 ‘정책 조합(policy mix)’을 찾아내는 게 지자체의 역할일 것이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