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혼자 사나요?
높은 주거비 부담 및 지출은 부담
물질 외에 정신 건강의 밸런스도 함께 찾아야
높은 주거비 부담 및 지출은 부담
물질 외에 정신 건강의 밸런스도 함께 찾아야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 가구수는 783만 가구에 육박하고, 이는 전체 가구 비율에서 35.5%를 차지한다고 한다. 2050년에는 41.7%로, 다섯 가구 중 두 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는 의미의 ‘혼라이프’는 현대에 들어 이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런 우리네 주거 문화의 하나가 됐다.
국민 3명 중 1명이 ‘나혼산족’
KB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해당 보고서는 “2030년에는 38.6%, 2040년 42.3%, 2050년에는 41.7%로 다섯 가구 중 두 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니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명이 즐기기에 익숙한 샤브샤브 전문점 좌석이 혼자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바 타입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거 혼밥은 남사스러운 행위였다. 따가운 눈총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혼밥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타자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주체가 확립된 탓도 있지만, 그렇게 혼자 밥을 사먹는 풍경이 현대 도시에서 너무도 흔한 장면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라이프 비율의 증가는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1인 가구 절반, 비자발적 ‘나혼산의 자유’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는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학교나 직장이 멀다’거나 ‘혼자가 편해서’ 등의 비자발적 이유로 독립 생활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만일 당신이 혼자 살고 있다면, 독립하게 된 경위를 한번 떠올려보라.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와서, 또는 회사까지 출퇴근이 너무 멀어서, 나이가 들어서 등의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혼자 살게 되었을 때의 가장 큰 변화는 주거 형태가 급격히 달라지고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가족 단위로 살 때에는 조금이라도 더 넓고, 효율이 좋은 공간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들에게 각광받는 집들은 대부분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등이다. 여기에 보안과 편의시설까지 잘 갖춰진 집들이라면 금상첨화다.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의 혼밥 비율은 67.8%로 2020년(65.2%)보다 2.6%p 증가했다”고 한다. 혼밥을 할 때 직접 밥을 해 먹는 경우가 60.4%로 가장 많았고, 음식을 배달해서가 31.6%, 인스턴트 음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해서가 23.3%로 뒤를 이었다.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 등도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굉장히 많이 출시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연스런 라이프스타일이 된 혼밥
사실 밀키트의 경우는 지난 팬데믹 기간에 폭발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카테고리 중 하나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팬데믹은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했고, 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니, 맛집들은 집에서 그 맛을 볼 수 있게 하려 밀키트를 만들었다. 마켓컬리를 통해 주문하면 빠르면 당일 저녁, 혹은 익일 새벽에 문 앞에 맛집 음식이 배달되어 있다. 평양냉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굳이 사람 많은 식당에 홀로 줄 서서 먹을 필요가 없어진 시대다. 필수 재료가 전부 포함된 밀키트를 주문하고, 집에서 면을 삶아 육수에 담그기만 하면 된다. 맛에 큰 차이가 있냐고? 공간의 분위기만 제외하고 모든 조건은 다 똑같다.
그러니 혼밥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꼭 밀키트나 배달 등이 아니더라도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여러 식당들에서 모바일 화면을 바라보며 홀로 수저를 뜨고 있는 손님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요즘의 풍경이다.
사회적 고립감과 예상 외의 과다 지출
먹는 것 외에도 혼라이프가 발발시킨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또 있다. 혼라이프의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소형 제품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살며 밥을 할 때 대용량 전기밥솥은 처치 곤란의 음식을 생산하게 된다. 그래서 1인용 밥솥이 출시되고, 관심 있는 이들은 곧잘 사들인다. 냉장고도 식구가 많을 때나 대용량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작은 사이즈 안에 냉장과 냉동이 확실하게 분리된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하물며 선풍기, 에어컨, 인덕션, TV 등의 모든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도 혼라이프를 위한 소형, 소용량 제품들로 가득하다. 이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혼라이프 소비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리가 언급하는 혼라이프 추구 세대는 대부분 청년층이다. 1인 가구는 그래서 가족 단위의 세대보다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경제적 문제로 작은 주거 공간을 선호함에도, 그곳에 들여야 하는 지출이 굉장히 크다. 사실상 높은 주거비 부담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생성할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 삶은 일종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을 야기할 위험도 높다. 그래서 정신 건강의 측면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혼라이프를 조금이나마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취향에 맞는 취미를 찾고,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관리, 혼자가 아닌 교류를 통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 등과 같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고립의 예방, 자기주도적 가치관 형성 등 이런 요소들을 첨가하면 현대 사회의 부작용인 ‘고독’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혼자 사는 삶이 사회적으로 자유와 방치, 이 양극을 오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균형을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만 나 혼자 ‘잘’ 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사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4호(25.06.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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