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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홀로 살 순 없다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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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홀로 살 순 없다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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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개될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대홍수'는 큰 물난리가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

올해 공개될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대홍수'는 큰 물난리가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변수가 아니라 이제 상수입니다.”

한 극장 관계자의 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극장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극장 보완재 정도로 여겼던 넷플릭스가 대체재가 됐다는 거다.

넷플릭스의 진격은 놀랍다. 올해 선보일 한국 영화만 7편이다. 대형 물난리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대홍수’를 비롯해 1970년대 비행기 추락 사건을 다룬 ‘굿뉴스’ 등이 구독자와 만난다. 7편이면 국내 어느 투자배급사보다 많은 물량이다. 국내 투자배급사들은 불황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영화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계에서 명실상부한 큰손이 됐다. 첫 자체 제작 영화 ‘모럴센스’(2022)를 소개한 지 3년 만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계를 쥐락펴락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크게 줄어든 제작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장 많다. 3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 때 제작비의 10~20%가량을 제작사에 줬다. 제작비가 100억 원이면 제작사는 10억~20억 원 정도를 손에 쥐는 식이었다. 하지만 제작 수수료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 오래됐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한 콘텐츠는 수수료가 3%에 불과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줄 서는 제작사들이 많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기획부터 완성까지 수년이 걸린다. 한 자릿수 수수료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넷플릭스 독주에 따른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토종 OTT를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지 오래다. 지난달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 덩치 큰 토종 OTT 탄생이 눈앞에 있다.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가 있겠으나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 OTT 설립을 대안으로 여기는 시선이 있기도 하다. 정부가 지원하면 넷플릭스의 물량 공세에 맞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연 가능할까. 지난 5월 5일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180억 달러(약 24조5,500억 원)를 콘텐츠 제작에 쓸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예산(7조 원가량)보다 3.5배 많은 돈이다. 공공 OTT에 얼마나 많은 정부 예산이 투여되어야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영상발전기금을 만들어 넷플릭스를 포함해 모든 OTT에게 매출의 일정액을 내도록 하면 어떨까. 발전기금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지원해 산업에 더 많은 돈이 돌도록 하면 어떨까. 넷플릭스도 혼자 살 수는 없다. 공룡 같은 한 기업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