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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반도체처럼 생산 방식 다 바꿔야”...패션업계 CEO들 한목소리 냈다

매일경제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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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반도체처럼 생산 방식 다 바꿔야”...패션업계 CEO들 한목소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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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섬유패션업계 CEO포럼
홍재성 JS코퍼 회장 기조 강연
“규제·인건비 상승에 산업 정체
무인자동화 구축 안되면 도태”

최병오 섬산련 회장 개막사
“K패션, 문화 아이템 거듭나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가 개최하는 ‘2025 섬유패션업계 최고경영자(CEO) 포럼’이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아난티 앳 부산 코브’에서 막을 올렸다. 포럼은 4일까지 열린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왼쪽 세번째)과 홍재성 제이에스코퍼레이션 회장(왼쪽 다섯번째), 후안 페레스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내외(오른쪽 첫째, 둘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섬산련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가 개최하는 ‘2025 섬유패션업계 최고경영자(CEO) 포럼’이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아난티 앳 부산 코브’에서 막을 올렸다. 포럼은 4일까지 열린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왼쪽 세번째)과 홍재성 제이에스코퍼레이션 회장(왼쪽 다섯번째), 후안 페레스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내외(오른쪽 첫째, 둘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섬산련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무인공장에서 로봇을 사용해 완전 자동화 제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쿠팡도 물류센터가 대부분 자동화돼 있습니다. 전 세계는 이런 변화에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방향으로 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가 부산 ‘아난티 앳 부산 코브’에서 개최한 ‘2025 섬유패션업계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홍재성 제이에스코퍼레이션 회장은 “디지털 전환(DX)을 한창 얘기한 지 불과 2~3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인공지능 전환(AX)을 말하고 있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그는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안이고,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인건비와 산업용 전기요금이 빠르게 오르고, 각종 기업규제가 더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돼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중국이 ‘제조업 굴기’를 기치로 일본의 생산설비를 완전 대체하고, 유통업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이 한국을 앞지르려는 움직임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취약점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홍 회장은 K섬유패션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제조 △인공지능(AI) △유통 브랜드 △인력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제조에서는 무엇보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업 운영체계 효율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물론 혁신·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 역시 AI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의 경영자 상당수가 쿠팡의 적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때도 김범석 의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AI 물류센터를 앞서 추진했다”며 AI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마트의 ‘인텔리전스 리테일 랩’, 나이키의 인버텍스·데이터로그 인수 등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최근 젠틀몬스터가 구글에서 약 1450억원대 지분 투자를 받은 점을 거론하며 한국 패션 브랜드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명품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영원무역·휠라·F&F 등 국내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선두에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저임금으로 인해 젊은 인재 수급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섬산련이나 정부를 통해 전문교육을 제공하고 검증된 인재를 선발하는 ‘드래프트 시스템’을 제안했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도 개회사를 통해 급변하는 산업과 글로벌 정세 속에서 혁신을 이루고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무역질서 변동성 심화로 세계 경제는 구조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신속하게 혁신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K패션·섬유가 미래의 주력 사업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1등만 따라가면 1등에 견줄 수 있었지만 다차원 시대에는 불가능하다”며 “K섬유·패션산업이 한국 대표 경제·문화 아이템으로 거듭나도록 미래 혁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안 파레스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부회장은 유럽이 직면한 과제와 돌파구를 설명했다. 유럽 섬유산업은 지난해 기준 1680억유로, 종사자는 130만명 이상으로 큰 시장이지만 무역장벽 강화와 에너지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 AI·로봇공학 등에서 인재를 양성하면서 모든 직원의 업무를 AI에 통합하는 스마트 워크를 구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동유럽·북아프리카 등 인근 지역과 전략적 협력을 맺는 방식으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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