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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활비 “쓸데없다”더니, 민주당은 부끄러움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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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활비 “쓸데없다”더니, 민주당은 부끄러움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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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한병도(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한병도(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말과 행동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면서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내로남불이 체질화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지만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를 보면 염치와 양심이 없다는 말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작년 11월 국회 예산특위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원을 전액 삭감하며 “쓸데없는 예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권을 잡자 태도를 정반대로 바꿔 특활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되살리려고 한다. 민주당은 4일 처리를 예고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불과 7개월 전 자신들이 한 푼도 남김없이 없애버렸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다시 넣겠다고 했다.

예결위 소위 심사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특활비를 부활시켜야 한다면서 “특활비는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활동 중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 액수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많게는 수십억 원 단위로 특활비가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쓸데없는 예산이 갑자기 반드시 필요한 돈이 된 것이다.

특활비는 국가재정법 제44조에 따라 ‘정부의 특수한 활동에 지원되는 비용’이다.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금일봉, 격려금, 축의금, 조의금, 전별금 등이 특활비에서 나온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안보실의 각종 보안 활동에도 쓰인다. 국정에서 소외되기 쉽거나 그늘진 곳을 챙기라는 취지로 배정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이를 모두 없애버렸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힘이 반발하자 “특활비 깎았다고 나라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사용할 국회 특활비 9억8000만원과 특정 업무 경비 185억원은 고스란히 남겼다. 민주당은 특활비 부활에 대해 “대통령실이 소명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둘러댔지만 과거 전액 삭감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정권을 잡든 특활비는 필요하다. 민주당도 이 사실을 알면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정쟁 차원에서 전액 삭감했던 것이다. 이제 말을 뒤집고 그 돈을 쓰려면 먼저 사과라도 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염치이고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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