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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對 유니버설, 테마파크 투자 전쟁 벌이는 까닭은

조선일보 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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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對 유니버설, 테마파크 투자 전쟁 벌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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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성장률과 수익률 좋아 경쟁 승부처로 떠올라”
유니버설이 지난 5월 개장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에픽 유니버스 테마파크(상단 사진)의 ‘드래곤 길들이기-버크 섬’의 모습. 하단 사진은 올랜도 디즈니월드 내 ‘매직 킹덤’에서 열린 퍼레이드를 관람객들이 구경하는 장면이다. 디즈니는 유니버설의 에픽 유니버스 개장에 맞서 향후 매직 킹덤을 확장할 계획이다. /게티이미지

유니버설이 지난 5월 개장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에픽 유니버스 테마파크(상단 사진)의 ‘드래곤 길들이기-버크 섬’의 모습. 하단 사진은 올랜도 디즈니월드 내 ‘매직 킹덤’에서 열린 퍼레이드를 관람객들이 구경하는 장면이다. 디즈니는 유니버설의 에픽 유니버스 개장에 맞서 향후 매직 킹덤을 확장할 계획이다. /게티이미지


“이번에 개장한 유니버설 올랜도의 네 번째 테마파크는 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겁니다.”

지난 5월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의 사장 캐런 어윈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새 테마파크 ‘에픽 유니버스’의 개장을 자축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유니버설은 에픽 유니버스를 정식 개장하고 온라인으로 기념 행사를 생중계했다. 에픽 유니버스는 유니버설이 25년 만에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새롭게 개장한 테마파크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유니버설의 새 테마파크 개발이 디즈니와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했다.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테마파크 서비스의 설립자 데니스 스피겔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지난 15년 동안 유니버설과 디즈니의 격차는 좁혀졌다”며 “사실상 승부처로 떠오른 테마파크 분야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WEEKLY BIZ는 다섯 가지 질문으로 ‘글로벌 테마파크 전쟁’을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Q1. 유니버설의 투자 규모는

1990년부터 운영된 기존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근 부지에 750에이커(약 304만㎡) 규모로 건설된 에픽 유니버스는 유니버설 올랜도의 네 번째 테마파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여 년에 걸쳐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마파크가 개장되면서 유니버설 리조트 전체 규모는 두 배로 확대됐다. 에픽 유니버스는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마법부’ ‘수퍼 닌텐도 월드’ ‘드래곤 길들이기-버크 섬’ ‘천체(Celestial) 파크’ ‘다크 유니버스’ 등 다섯 개의 테마 구역으로 구성됐다.

이뿐만 아니라 유니버설을 운영하는 모회사 컴캐스트는 올해 말부터 라스베이거스에 할리우드 호러 나이츠 테마파크를 운영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텍사스주 프리스코에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를, 2031년에는 영국에 테마파크를 줄이어 개장할 예정이다.

◇Q2. 디즈니는 가만히 있나


이에 맞서 늘 1위를 지켜왔던 디즈니도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디즈니는 10년 동안 600억달러를 투자해 기존 테마파크를 확장·개선하고 신규 테마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디즈니는 또 기존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매직 킹덤’ 역사상 최대 규모 확장 계획을 갖고 있으며, ‘애니멀 킹덤’에는 2027년 ‘트로피컬 아메리카’를 새로 오픈하고 리조트 객실 수도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는 새로운 디즈니랜드를 건설해 전 세계 일곱 번째 디즈니 테마파크 리조트를 개장할 계획이다.

◇Q3. 테마파크에 대규모 투자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방송, 영화 등 기존 미디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테마파크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테마파크는 컴캐스트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서는 약 44% 비율을 차지했다. 시장조사 기관 모핏네이선슨(MoffettNathanson)의 창립자 크레이그 모핏은 “컴캐스트가 테마파크 부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장률이 좋고 투자 수익률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디즈니의 경우에도 테마파크와 크루즈 사업을 포함한 ‘체험 사업 부문’의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37%로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보다 작다. 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체험 사업 부문이 차지한다.


유니버설과 디즈니는 수십 년 동안 주로 미디어, TV, 영화 사업을 주 수입원으로 삼아 집중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발달 등으로 유료 TV, 영화 시장이 위축되고 해당 사업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테마파크 사업은 새로운 핵심 수익 창출 사업으로 떠올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테마파크 사업은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지만, 2022년 이후 회복됐다. 최근 가족 단위 소비, 팬덤 기반 지식재산권(IP) 소비, 장기 체류형 관광 수요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마파크는 미디어로 본 이야기를 현실에서 체험하는 방식의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익 구조라는 분석이다. 모핏은 “테마파크는 고객과 유니버설 캐릭터의 관계를 돈독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다양한 전략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유니버설 데스티네이션 앤드 익스피리언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우드버리는 ”확장의 여지가 많아 미래는 매우 밝다“며 ”새로운 명소와 지식재산권을 추가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Q4. 글로벌 경쟁 업체 현황은

테마파크 전쟁은 단순 놀이 시설 경쟁을 넘어, IP 플랫폼, 도시 개발, 국가 브랜드 전략까지 포함하는 복합 산업 전쟁으로 세계 각지에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애니메이션 및 게임 IP를 활용한 테마파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화이브러더스, 판타와일드 등은 각각 영화 기반, SF 기반의 독자 브랜드 테마파크를 중국 각지에 건설하며 거대한 자국 내수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테마파크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수도 리야드 인근에 조성 중인 키디야(Qiddiya) 프로젝트는 만화 드래곤볼 캐릭터가 등장하는 놀이기구 30개를 갖춘 놀이공원, 모터스포츠, 문화 시설, 주거지 등을 포함한 복합 메가시티로 개발되며,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단지가 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는 식스 플래그스가 지난해 경쟁사인 시더 페어 합병을 완료해 식스 플래그스 엔터테인먼트로 재탄생하고 IP를 확대했다. 이에 스누피, 찰리 브라운 등 피너츠 캐릭터와 벅스버니와 배트맨을 비롯한 워너브러더스와 DC코믹스 캐릭터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북미 대륙 전역에 걸쳐 42개의 파크와 9개의 호텔로 구성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최대 방문객 수를 달성할 계획이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업체들이 단순히 놀이기구 이용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경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테마파크가 하나의 미디어 채널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Q5. 괜찮은 수익 이어질까

이처럼 전 세계가 테마파크에 거액을 쏟아부으며 경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꾸준한 수익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수년 동안 가파른 물가 상승이 이어져 가계 재정이 악화할 경우 테마파크 같은 여가 비용부터 절약해 방문객이 끊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파밍데일 주립대 마틴 루이슨 교수는 “미국 소비 경제의 주요 동력인 경제적 희망과 낙관론이 사라지면 테마파크에 대한 소비 패턴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따른 무역 긴장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 역시도 테마파크에는 악재라고 LAT는 전했다.

디즈니의 경우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하자 디즈니랜드의 가격 인상을 가속화해왔다. 디즈니랜드 극성수기 기준 성인 1일권 가격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즈니 내부에서조차 ‘회사가 가격 인상에 중독돼 더 이상 중산층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푯값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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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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