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전경. /한국지역난방공사 |
지역난방을 위한 열을 공급하고 열병합 발전을 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열 수요 예측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 연료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난방공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난방공사가 실외 공기 온도 예측을 1도 틀릴 때마다 연료비로 543억원이 낭비될 수 있다. 실외 공기 온도를 실제보다 1도 낮게 예측해 열 수요를 과대평가하게 되면, 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열을 과도하게 생산하면서 연료를 더 많이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방공사는 기상청이 난방공사의 수도권 지사 13곳에 대해 각각 매시간 일기예보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민간 예보 사업자가 이 13곳을 단 세 권역으로 뭉뚱그려서 제공하는 일기예보를 활용해 열 수요를 예측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난방공사는 경기 수원시를 기준으로 나오는 기온 예측 자료로 성남시와 용인시, 평택시, 화성군의 기온까지 예측하고 있었다.
기상청 자료를 일부 가져다 쓸 때조차도 난방공사는 열이 실제로 공급되는 지역에 가까운 지점에서 관측한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더 먼 지점에서 관측한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성남시 판교지사는 판교에서 1.8km 떨어진 분당구청에서 관측한 자료를 쓰지 않고, 3.4km 떨어진 성남시청에서 관측한 기온 자료를 쓰고 있었는데, 두 지점의 기온이 1도 이상 차이나는 날은 1년에 136일에 달했다.
난방공사는 기온이 급락하면 열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을 고려해, 2023년 7월부터는 열 수요 예측에 한파경보 등 기상특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기상특보를 열 수요 예측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고, 담당자가 인터넷에서 기상특보가 발령됐는지를 검색해 보고 나온 것이 있으면 이를 수작업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 결과, 기상특보의 91%는 열 수요 예측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열병합 발전기를 운전하는 최적의 방식을 찾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았고, 발전기 운전은 담당자 개개인의 경험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일부 지사의 운전 기록을 표본 삼아 분석해 봤더니, 62일 가운데 17일은 더 효율적으로 운전될 수 있는 방식이 있었는데도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또 난방공사 지사들이 본사가 세워놓은 열 생산 계획을 따르지 않아, 열 생산의 비효율성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난방공사가 열 수요 예측과 실제 열 수요 간 오차를 자체 평가하면서, 오차율이 실제보다 적게 나타나도록 오차율 산정 방식을 2020년에 바꾼 것을 발견했다. 감사원은 평가상 오차율 감소가 산정 방식을 바꾼 결과일 뿐 난방공사 업무의 개선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담당자들이 난방공사 경영진에 ‘열 수요 예측 노하우가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거짓으로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받을 때에도 기재부에 오차율이 개선된 것처럼 평가 자료를 만들어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난방공사에 열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도록 관련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오차율을 축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또 오차율이 과소 산정되게 만든 담당자 등에는 주의를 주라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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