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 당시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과 성추행 수사를 맡았던 군검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가해자 분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대장은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3일 김모 전 중대장과 전 군검사 박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모 전 대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중사 사망 사건은 이 중사가 선임자인 장모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던 중 2021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국방부 검찰단에서 가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 15명을 기소했고, 이후 군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범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2022년 사건 관련자 8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피해를 입은 후 전입하기로 한 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사소한 언급만 해도 고소를 하려고 한다”고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중대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전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며 자신의 발언이 초래할 구체적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을 줄였다.
성추행 사건 수사 담당 군검사였던 박씨는 자신의 개인적인 일정 편의에 따라 피해자 조사를 연기해놓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윗선에 ‘이 중사 측 요청으로 조사기일이 연기됐다’고 허위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박씨 행위가 이 중사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박씨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대장은 이 중사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이후 이 중사와 가해자 장씨를 분리하는 등 2차가해 방지 조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장씨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지휘관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전 대대장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조치가 부족한 면이 있었더라도, 의식적으로 조치를 방임·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세 사람에 대한 2심 판결은 이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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