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점에 비치된 책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출판인과 작가는 긴장 관계에 있다. 작가들은 책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출판인은 작가, 독자, 사업성을 두루 고려해야 하기에 둘의 관계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악화하기 일쑤다.
독일의 국보급 작가인 괴테는 "서적 상인은 전부 악질이다. 틀림없이 그들만을 위한 지옥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극작가 헤벨은 "예수님과 함께 파도 위를 걷는 게 출판인과 함께 인생을 헤쳐 나가는 것보다 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작가와 늘 긴장 관계에 있는 출판인들도 '작품'과 '상품' 사이에서 고민한다. 극작가 브레히트는 이 둘을 절충해 "신성한 상품"이라고 책의 위치를 정리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작품성과 상품성 사이의 교묘한 줄타기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독일 출판사 '주르캄프'는 이런 절묘한 줄타기의 대가다. 1950년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담은 책을 숱하게 출판하며 독일 지성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헤세, 브레히트부터 아도르노, 벤야민, 하버마스를 거쳐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산실이 된 출판사다.
책 표지 이미지 |
신간 '우리는 작가를 출판합니다'(유유)는 주르캄프의 2대 출판인인 지크프리트 운젤트가 주르캄프의 출판 철학과 세계적인 작가들과의 관계를 녹여낸 책이다. 독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들의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됐는지를 망라했다. 또한 당대 작가들과 편집자들의 관계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출판인들이 결코 상업적으로만 포획되어 일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책이 시장에서 "상품"이 되는 단계를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작품의 창조적인 탄생 과정, 책의 외양과 본질에도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출판인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책이라는 상품을 선정하고, 책의 판매 가격을 정하면서 벌써 그 상품의 물질적 가치를 확정한다. 그러나 그는 책의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를 영원히 훨씬 더 능가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미희 옮김. 61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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