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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성호·봉욱 라인 사법 근본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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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성호·봉욱 라인 사법 근본 생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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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5선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에는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 의원은 친명 좌장으로 꼽히지만 당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권에서 대검 차장을 지낸 봉욱 신임 민정수석은 검찰 재직 당시 정치색이 옅은 온화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역점 과제인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자리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아온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권 분리,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 등 고강도 검찰 개편 방안을 공언해 왔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에 발맞춰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기능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는 한편, 국가수사위원회를 만들어 통제하는 이른바 ‘검찰 해체 4법’을 발의했다. 수사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들이다.

이번 인사가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이 법안을 주도하는 여권 내 강경파를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정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사법 개혁에 대한 이해와 정책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3년 전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파동 당시 신중론에 섰고, 이번 ‘검찰 해체 4법’ 발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여권 내 ‘검찰 출신 민정수석’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로 사퇴한 오광수 민정수석에 이어 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임명한 것도 주목된다. 봉욱 민정수석은 3년 전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전직 검찰 간부들의 성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적정한 절차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사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인사로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향이 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자리에 강경 인사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평가되는 인물을 배치했다는 사실만으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보복성 입법들은 개혁이 아니라 수사기관 간 과잉 경쟁을 부채질하고 수사권을 정치에 종속시키는 악법이다. 검찰 개혁은 수사권을 정치권력에서 독립시키고 수사기관 간 균형과 견제를 통해 인권을 보호하는 사법의 근본 원칙에서 방향과 내용이 재설정돼야 한다. 이번 인사가 그 출발이길 기대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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