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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 기간 무릎과 발의 염증 수치가 높아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한 시기가 길었다. 몸부터 정상적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인 선수였다. 전영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1군 캠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군 코칭스태프의 호출에 짐을 싸 플로리다로 향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장 마지막에 캠프 명단에 포함된 선수였다. 막차였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1군 코칭스태프의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 있는 패스트볼이 매력적이라는 호평이 자자했다. 그러나 당장 1군과 경쟁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오키나와와 시범경기로 이어지는 ‘1군 메인 루트’에는 없었다. 2군 시작이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전영준은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완점을 찾았고, 새로운 희망이 꿈틀댔다.
전영준은 “섭섭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부족해서 내려갔다고 느꼈다”면서 “미국 캠프에 갔는데 김건우의 마인드를 옆에서 지켜봤는데 진짜 다르더라. 무조건 1군에 남고 싶어 하는 마인드가 있었다. 그게 너무 좋더라”고 했다. 의지의 절실함부터 다른 동료들보다 떨어진다고 느낀 전영준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2군에 가서 잘 갈고 닦자고 했고, 그런 절실함에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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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 있던 문승원이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아오면서 그간 대체 선발로 돌던 전영준의 자리가 애매해졌다. 이숭용 감독은 좌완 김건우에게 먼저 선발 기회를 줬다. 그러나 전영준을 2군으로 보내지 않았다.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쓰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감독은 “영준이의 직구가 쉽게 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확신하고 자신했다. 그렇게 불펜의 임무에 적응해가고 있는 전영준이 27일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SSG는 27일 인천 한화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가진 문승원이 초반부터 고전했다. 1회 3점, 2회 2점을 내줬다. 구속은 그럭저럭 나왔는데 커맨드가 잘 되지 않았다. 변화구는 빠졌고, 패스트볼은 몰렸다. 한화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가뜩이나 이날 투구 수가 70~80개 정도로 예정된 상황에서 SSG는 불펜 운영에 고민이 깊었다. 필승조를 쓸 수도 없고, 전날도 사실상 불펜 데이라 추격조 선수들의 소모 또한 컸다. 3-5로 뒤진 4회 1사 2루, 전영준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전영준이 자기 몫을 못한다면 그냥 경기를 던져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영준이 2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경기 양상이 돌변했다. 올라와서 최인호에게 2루타를 맞고 승계주자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후로는 힘 있고 안정적인 투구로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전영준의 호투로 기운을 차린 SSG는 5회 1점, 6회 1점을 쫓아가더니 7회 3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고 결국 8-6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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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주자 실점에 대해 영 아쉬워 한 전영준은 “(이전 등판에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불펜으로 나와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게 더 안 좋았던 것 같다”면서 “직구 승부 위주로 가고 있는데 타자들이 뒤로 파울을 낼 때나 헛스윙을 할 때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이제 계산이 조금씩 서는 느낌이 있다. 불펜으로 나서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전력으로 쏟는 것이니 그 부분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준의 패스트볼은 구위 측면에서는 현재 SSG 투수들 최고 중 하나다. 공을 받는 조형우는 “젊은 선수 중 볼배합에서 패스트볼을 선호하는 선수가 있는데 조병현 전영준이다. 조병현의 공이 워낙 수직무브먼트가 좋기는 하지만, 전영준도 잡을 때 손의 울림이 다르다. 지금은 구속 차이 뿐이다.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와도 조병현 못지않을 것”이라며 리그 최강의 돌직구 보유자인 조병현의 패스트볼과 비교할 정도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 당분간은 불펜에서 뛰겠지만 여전히 선발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전영준이 SSG 마운드 세대교체의 일원으로 당당히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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