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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엄청납니다”…일본 청년들 공략하는 K뷰티

매일경제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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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엄청납니다”…일본 청년들 공략하는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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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패션·뷰티·유통 CEO 포럼
이두진 메디쿼터스 대표 강연
“세계 3위 日 시장, 반드시 진출해야”
방대한 젊은층·가까운 거리·韓 호감 높아
오프라인 진출부터 먼저, 고객 경험 중요
소통 창구로는 ‘엑스(트위터)’ 활용 권장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025 매일경제 패션 뷰티 유통 CEO 포럼’이 열렸다. 2025.6.25 [김호영기자]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025 매일경제 패션 뷰티 유통 CEO 포럼’이 열렸다. 2025.6.25 [김호영기자]


“내수 시장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는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입니다. 일본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비중은 2023년 6%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8년에는 14%까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입니다. 크고, 가깝고, 안정적인 일본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두진 메디쿼터스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포럼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이병만 코스맥스 사장, 박이라 OVLR 대표,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 등 관련 업계 CEO와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이 현지의 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일본 MZ 세대를 사로잡은 마케팅 공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두진 대표가 지난 2016년 설립한 메디쿼터스는 ‘마하그리드·더바넷·나이스고스트클럽·드로우핏’ 등 15개 패션 브랜드와 ‘아닐로·메디247’ 등 4개 뷰티 브랜드, ‘바르닭’이라는 F&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본 패션 커머스 플랫폼 ‘누구(NUGU)’를 론칭해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활발히 협업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20대 여성 사용자가 높다. 작년 말 기준 누구의 거래액은 60억엔(약 590억원)에 달하며 가입자 수는 102만명을 돌파, 일본 최대 인플루언서 플랫폼이자 K패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온라인 패션·뷰티 플랫폼인 ‘샵리스트’를 인수해 일본 내 플랫폼 사업 규모를 키웠다. 작년 매출액은 2280억원, 이 중 해외 매출액이 64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일본에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K패션·뷰티 기업들이 일본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로 총 네 가지를 들었다. 일본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한국 문화에 호감도가 높고, 물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워 사업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패션(116조), 뷰티(40조)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매우 큰 시장이다. 또 일본이 저출생 고령화를 겪고 있다지만 1억2000만명이 넘는 방대한 인구층은 여전히 탄탄한 시장이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10~29세 연령층은 약 438만명이지만 일본은 887만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는 한국보다 일본의 10~20대 젊은층이 훨씬 견고하다. 더구나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한국에 비해 빨라 패션과 미용에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

해당 연령층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무척 크다. K팝을 위시한 한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K뷰티와 K패션에 대한 관심 및 선호가 높다. 이 대표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본 젊은층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이 대표는 오프라인 진출을 첫 손에 꼽았다. 일본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침투율(전체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국가다. 2023년 기준으로 9.4% 정도에 불과하다. 의류·패션잡화는 22.9%, 화장품·의약품은 8.6% 수준에 그친다. 비교적 침투율이 높은 패션 분야에서도 현지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이 확고부동한 1위 업체라서 이커머스 경쟁은 더욱 어렵다.


이 대표는 “일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 인근 도심 쇼핑몰 등 오프라인부터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 젊은층은 다양한 SNS 가운데서도 ‘엑스(X, 옛 트위터)’를 가장 즐겨 사용하는데, 사용자 수 기준 세계 2위일 정도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보여주기 식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고 이를 공유하는 곳이 바로 엑스”라며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에 대한 생생한 피드백을 얻을 창구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또 일본인들은 상품 설명과 상세 정보를 매우 중요시 여겨 꼼꼼히 살펴보기 때문에 최대한 자세하고 빼곡하게 표시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가 일본 고객들이 모든 상세 설명을 정독한다는 점”이었다며 “제품이나 패키지 디자인도 심플하고 멋있는 디자인보다 제품에 대한 정보로 꽉 채운 디자인을 더 신뢰하고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자국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에 관심이 높고 호응도 좋아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활용할 것을 권했다. 한국인이 파악하지 못하는 문화적 뉘앙스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본인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메디쿼터스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고용에 나서기보다는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석자는 “해외시장에서도 국가별로 가격, 디자인, 연예인 등 K콘텐츠의 성공 요인이 다 다른 것 같다”며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브랜드들의 공통 특징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중간 수준의 적정 가격대, 한국이라는 국가 프리미엄이 모두 작용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시장에서 패션 브랜드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를 앞세우든, 기업 차원의 콘텐츠 역량을 키우든 계속해서 이슈를 모을 수 있는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순원 메디힐 대표는 “일본은 고객 접점에서 함께 호흡해야 하는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확신을 얻었다”며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현지에서 (강연 내용을) 체험해보고, 현지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이라 세정 대표는 “일본 진출에 관심이 많은데 구체적인 마케팅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일본 시장을 개척해 본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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