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보름간 언급 한번 없는데
민주당 말끝마다 내란 매달려
지금은 협치가 더 효과적 정략
상법·노란봉투법부터 합의해 보길
민주당 말끝마다 내란 매달려
지금은 협치가 더 효과적 정략
상법·노란봉투법부터 합의해 보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남강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요즘 ‘내란’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지난 4일 취임식에서 ‘내란 재발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고, 10일 첫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통과시킬 때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언급한 게 전부다. 이후 보름 동안 공식 석상에서 내란을 말한 적이 없다.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내란 대신 ‘12·3 불법 비상계엄’이란 표현을 썼다.
반면 민주당은 내란이란 말을 빼먹는 날이 없다. 25일 최고위원 회의는 5명이 공개 발언을 했는데, 내란을 32차례 언급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의 “내란으로 망가진 민생 경제” 발언으로 시작해 “내란 종식이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이라는 송순호 최고위원의 말로 회의가 끝났다. 직전 23일 최고위에서도 내란이 27차례 등장했다. 매일 쏟아지는 대변인 논평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어떤 주제를 얘기하든 습관적으로 내란을 언급하는 것 같다.
많은 국민은 내란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내란 수괴’는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재판받고 있고 ‘주요 임무 종사자’도 대부분 구속 상태다. 민주당이 지명한 특검의 추가 수사도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사법 시스템에 맡겨두면 된다. 그런데도 내란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를 내란 동조당이라는 틀에 가두려는 정략일 것이다.
야당일 때는 몰라도 집권당이 돼서도 정략적으로 과거만 되새김질하면 국민이 좋게 볼 리 없다. 이 대통령이 ‘실용’을 앞세우고 내란 언급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민심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제 내란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기 바란다. 협치 복원이 시작이다. 상법과 노란봉투법부터 합의를 시도했으면 한다. 우리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좌우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견해차가 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쪼개기, 중복 상장처럼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 결정을 하지 말라는 취지다. 당사자인 기업과 국민의힘은 “소액주주의 배임 소송 남발, 기업 사냥꾼의 경영권 위협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한다. 다행히 민주당도 경제 단체 비공개 간담회 이후 “배임죄 문제나 경영권 방어 보완에 대해선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고치는 게 골자다. 2조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업체 근로자가 원청 회사에 근로조건 등의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3조는 파업 등에 따른 손해가 났을 때 참여자 전체에 연대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각각의 귀책 사유에 따라 개별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가야 할 길로, 선택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역시 타협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 민주당에서 여야 협상을 담당했던 의원은 “2조는 포기할 테니 3조만 통과시켜 달라는 안을 국민의힘에 제시했고, 잠정 합의에 이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반대해 파기됐다고 한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이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야당과 타협안을 만들고 법제화할 수 있다. 야당과 기업도 새 정부 방향에 맞춰 어느 정도 양보할 생각은 할 것이다. 민주당이 상법과 노란봉투법을 합의 처리한다면 국민이 달리 볼 것이고, 선거에서 표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정략이 될 것이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
[황대진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