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의 한 쇼핑몰에서 '양털 조끼'로 판매된 제품. 조사 결과 실제로는 고양이 가죽과 토끼털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컬렉티브 패션 저스티스 인스타그램 |
호주에서 ‘양털 조끼’로 판매된 제품이 실제로는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호주의 동물정의당과 패션 윤리 단체인 컬렉티브 패션 저스티스(Collective Fashion Justice)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제품에 대한 공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체는 멜버른 시내 쇼핑몰에 있는 ‘서튼스 UGC(Suttons UGG)’ 매장에서 판매된 아동용 조끼가 고양이 가죽과 토끼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재킷에는 ‘100% 호주산 양가죽 또는 양모’라고 표기된 태그가 달려있었지만, 섬유 분석 전문기관 마이크로텍스의 검사 결과 실제로는 조끼의 앞뒤에는 각각 고양이 두 마리의 가죽이, 나머지 부위에는 토끼털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00% 아크릴 소재’라고 표시된 비니 두 제품을 검사한 결과, 여우와 너구리털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ABC방송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제품에 대해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할 경우, 기업은 최대 5000만 호주 달러(약 443억원), 개인은 최대 250만 호주 달러(약 22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튼스 UGC 측은 매체에 보낸 성명에서 “조끼의 라벨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업체는 “제조업체로부터 조끼가 ‘특수한 종류의 모피’로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그 모피에 고양이 모피가 포함되었는지는 100%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컬렉티브 패션 저스티스를 창립한 에마 하칸손은 “호주에서 판매되는 품목에 모피 소재가 불법적으로 잘못 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피를 테스트하기 위해 보낼 때마다 실험실에서는 불법적으로 잘못 표시된 라벨이 붙어 있다는 걸 확인했고, 이런 일은 수년째 계속돼 왔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시장과 쇼핑센터에서 고양이 모피가 판매된다는 사실에 경악하겠지만, 모든 모피 판매는 용납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한다. 어떤 동물도 패션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모피 판매를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동물정의당 의원 조지 퍼셀도 모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퍼셀 의원은 “지역사회의 메시지는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다”라며 “모피는 유행이 지났으며, 고양이든, 개든, 토끼든, 여우든,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은 모두 잔인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규제할 시간은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모피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 정부는 2004년 고양이와 개 모피의 수입과 수출을 금지했다. 또 호주패션협회(Australian Fashion Council)는 올해 초 런웨이에서 모피, 야생 동물 가죽, 야생 깃털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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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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